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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타의 조선 도공 백파선 ㅣ 봄봄 문고 9
한정기 지음, 김태현 그림 / 봄봄출판사 / 2024년 11월
평점 :
봄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아리타의 조선 도공 백파선

도공은 도자기 같은 그릇을 만드는 장인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간 조선 도공들은 일본 도자기 발전의 숨은 주역이었어요.
그들의 기술은 일본 각지에서 백자와 청자를 발전시키며 일본 도자 문화의 기틀을 마련했어요.
특히 규슈 사쓰마 지역의 심수관 가문이나 아리타 도자기 등은
조선 도공들이 전해준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일본 도자기 명가 중 일부는 조선 도공의 후손으로 전해지고 있어요.
이러한 조선 도공의 일본 이주는 조선과 일본의 문화 교류이자
전쟁의 상처를 품은 역사적 사건으로 조선 도자 기술의 우수성과 그 기술이
동아시아 도자 문화에 끼친 큰 영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어요.

《아리타의 조선 도공 백파선》은
그중에서도 일본 도자기 발전에 크게 기여한 여성 사기장이자
감물마을 출신인 백파선의 삶을 다룬 책이에요.
임진왜란으로 왜군에게 끌려간 덕선(백파선의 어릴 적 이름)이
남편 김태도와 함께 일본 사가현으로 이주해 가마를 세우고,
절망 속에서도 새로운 흙을 찾아 수많은 실패 끝에 도자기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요.

남편의 죽음 이후에도 가마를 지키기 위해 경수의 음모를 꿰뚫고 담대하게 대처하는 덕선의 모습,
그리고 다나카로 옮겨가 백자 제작에 성공하기까지-
덕선과 아들 헤이자에몬, 이삼평이 힘을 합쳐 기술을 연구하고 가마를 키워가는 모습은
책 속 이야기 속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함께 깊은 감동을 줍니다.
책을 읽다 보면 백파선이 일본에서 조선 도자 기술을 전파하고,
일본 도자기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며 새로운 도자 문화의 길을
연 위대한 예술가이자 지도자였다는 사실을 느끼는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그들의 뛰어난 기술과 문화까지 전쟁으로 인해
일본에 빼앗긴 것 같다는 생각이 불쑥 들기도 했어요.

그리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때라도 내가 가야 할 방향으로 벽을 허물고 나아가야 한다”는
덕선의 말이 저에겐 깊이 와 닿았어요.
이처럼 《아리타의 조선 도공 백파선》은 조선 도공의 일본 이주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조선과 일본을 잇는 문화 교류이자 동시에
전쟁이 남긴 아픔이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에요.
백파선이라는 한 여성 도공의 강인함과 예술혼을 통해
조선 도자의 우수성이 일본은 물론 동아시아 도자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