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선, 내 이름 ㅣ 책 읽는 교실 28
오은숙 지음, 전명진 그림 / 보랏빛소어린이 / 2025년 4월
평점 :
보랏빛소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소선, 내 이름
< 소선, 내 이름 > – 점자는 내게 눈과 같은 존재예요

소선은 원래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장터에서 들은 여인의 연설을 통해
“여자도 글을 배워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말에 감동하고,
언젠가는 꼭 책을 읽겠다고 마음먹죠. 그러나 국밥집에서 일하던 중 뜨거운 기름에
얼굴을 데는 사고로 앞을 보지 못하게 되며, 모든 꿈이 무너지는 듯했어요.

책은 일제강점기, 조선어를 배우는 것조차 탄압받던 시기를 배경으로,
앞이 보이지 않게 된 한 소녀 소선이 점자를 배우며
‘다른 삶’을 찾아가는 성장 이야기예요.

주인공 소선은 사고로 시력을 잃고 절망 속에 갇히지만,
친구 난희와 선생님의 응원 속에 점자라는 새로운 글자를 만나게 돼요.
조선어 점자책을 몰래 돌려보며 배우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소선은 포기하지 않아요.
오히려 더 깊이 배움을 갈망하며 손끝으로 세상을 읽기 시작하죠.

“점자는 소선이의 눈이 되어 줄 거야.” 선생님의 이 말처럼,
점자는 글자가 아니라 앞이 보이지 않는 소선에게 세상을 만나는 창이자,
다른 아이들의 손을 잡아 이끄는 힘이었어요.
이 책은 장애를 극복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의 억압,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 조선어 말살 정책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소선이 꿋꿋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용기와 영감을 줘요.

배움은 단지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게 해 주는 등불처럼 느껴졌어요.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남았던 장면은, 3년 후 소선이
친구 난희와 함께 점자책을 만들어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 있는 모습이에요.
한때 ‘여자라서, 앞이 안 보여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 여겨졌던 아이가,
이제는 또 다른 아이들의 빛이 되어 주는 거죠.
< 소선, 내 이름 >은 누구든, 어떤 상황에서도 배울 수 있다는 희망,
손끝으로라도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