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_꽃을끌고 #열림원서평단

 

강은교 시인의 시선집은 두 번째이다. 제법 두꺼운 이유는 시와 함께 산문이 함께 실렸기 때문인데, 몇 번을 봐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시의 배경이 산문으로 그려진 탓에 좀더 시인의 비밀에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시인의 말대로 시를 읽음으로써 그의 비밀이 내 삶에, 내 비밀이 그의 시에 기대게 되었고, 산문이 좀더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삶에 대한 통찰이 50여 년 간 시인이었던 이를 통해 풀어헤쳐질 때, 그건 마치 꽃이 피고 지는 일 같았고, 물이 시작되어 흐르다가 마르는 것 같았고, 모래 한 알에서 시작해 우주로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어떤 시들은 이해하기 위해 오래 들여다 봐야 했고, 어떤 시들은 시구의 절묘함에 한참을 붙박이게 했다. 손으로 옮겨 쓰고 싶은 구절도 참 많았다. 그건 시뿐만 아니라 산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놀랍고 재미있었던 것은 시집의 시들이 풀내 가득하면서 무척 역동적이라는 것이다. 훌렁훌렁 춤추는 느낌이 드는 시들도 많았고, 자연의 소리가 왁자하게, 때론 통통거리며, 때론 출렁출렁 들리는 듯했다. 꽃이 떨어지고나서야 꽃을 본다는 통찰에는 무릎을 탁 치며, 옳거니 했다.

 

뒤늦은 감탄과 뒤늦은 소중함을 안타까워하며 내가 놓친 꽃 혹은 생의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성찰해보기도 한다. 소중한 것, 예쁜 것을 항상 제때에 읽어주지 못하는 미련함이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인간인가 싶다. 그 차이나는 시간들을 조금 당겨, 더 예뻐하자. 더 감사하자. 더 사랑하자..

 

시집이 너무 예쁘게 나왔다. 두고두고 애장하게 될 것 같다. 문득 책꽂이 앞에 서서 두어 페이지 읽다가 스멀스멀 매력에 빠져 여러 페이지 읽게 될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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