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남학생은 스토리는 재밌는데 결말이 별로라고 했다. 결국 진아와 동생이 아버지의 사망 신고를 무사히 하고 새롭게 나아가기 위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았냐. 해피 엔딩이고 해피한 시작이지. 수진은 다할 진과 나아갈 진을 한자로 써내려가며 다시 시작하지 않느냐. 젊은 날의 고생이 나이 들면 보상으로 돌아올 줄 알았지만 삶이 내내 고단하다는 것을 눈물로 받아들이고 (노래방에서) 노래로 승화시키지 않았냐. 전독시(전지적 독자 시점이라는 웹소설)와 같은 이야기의 판타지성과 극적인 구성 등 그 자극적인 맛에 너무 취해 있는 거 아닐까. 그래서 결국엔 우리가 살아가야할 생의 고단함을 외면하고 회피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삶의 핍절함을 자주 들여다보아야한다. 그 필절함의 이유도 선명하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삶은 고단하다. 쓴맛의 덩어리에 자꾸 설탕만 처발라서 단 것인양 삼키면 안 될 거다. 심심한듯한 전개의 진진, 칙칙한 만화체(?)의 진진. 같은 삶의 모습은 표면적으로 같을지 모르지만 어떻게 의미를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새롭게 쓰여지는 진진. 진아도 수진도 이 시대의 표상이다. 이 두 여성에게서 무수한 나를 발견한다. 통념과 길게 이어져 온 차별과 배제, 무례함이 이데올로기가 되어 인간성을 훼손하고 소외 시킨다. 화려한 그늘과 기교 넘치는 가면에 가려진 일상을 통찰해야 한다. 또한 흥진비래(興盡悲來)의 시간과 고진감래(苦盡甘來)의 크고 작은 반복에 지치지 말아야한다. 아니 지쳐도 된다. 그 지침을 함께 할 사람들이 있길 바란다. 나에게도 내가 필요한 누군가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