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인코그니타 -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강인욱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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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선입견, 편견, 제국주의, 모순 등의 용어를 자주 만나게 된다. 이 용어들은 미지의 땅을 미개의 땅으로, 제국 이외의 곳은 미개한 종족이 되게 하는 강대국 위주의 역사 형성 알고리즘을 해체시키는 렌즈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역사 해석이 어떻게 정설이 되어 제국의 반대편 역사를 억압하고 매장했는지 객관적으로 보게 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전설의 땅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저자는 미지의 땅이란 존재 자체가 신비감과 무지가 교차하는 역사 인식의 장이라고 본 것 같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움베르토 에코의 저서도 전설의 땅이라는 이름이 가진 허명과 오해를 짚지 않았을까?

그런 유추가 가능한 것은, 증명이 될 때까지 유의미한 유적과 유산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강대국들의 사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작게는 한 나라 안에서, 크게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그런 역사 왜곡은 흔하게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세계화가 되면서 그런 편견과 왜곡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해석이었다. 곰곰 생각해보면 그게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대로 유럽의 신나치주의, 일본의 군국주의가 발흥하고 각국의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화 되는 이유는 자본주의적 사고 방식 아래 빨리 갖지 않으면 놓치기 때문이고, 빼앗지 않으면 빼앗기기 때문이다. 자국에 유익하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역사 왜곡이 버젓이 일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역사 해석의 충돌을 고고학이라는 도구로 조목조목 따져 잘못된 역사 이해를 바로 잡는다. 그 과정에서 정설로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을 흔들어야하는 순간도 맞이한다. 일테면, 최초의 토기 사용이 신석기가 아닌 구석기부터이며, 구석기 시대에도 신전이 만들어져 공동체 단위의 제사 등이 이루어졌다는 것, 신석기 사람들이 페스트 등의 전염병을 이겨냈고, 고조선이 아주 오래 전부터 모피로 중국과 교류하여 정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것, 기자조선은 하나의 가설일 뿐 정설이 될 수 없다는 것, 서양과의 교류가 아주 오래 전부터 이루어졌다는 것, 우리 고유의 문화인 온돌이 흉노의 성터에서 발굴되는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제국이 미개하다는 명목으로 역사에서 매장시킨 안타까운 민족의 이야기들은 현재까지도 아픈 현재형인 경우가 많았다. 티베트의 소수민족, 일본에 의해 거의 말살된 아이누인, 백인들에 의해 살해된 인디언들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물지 않은 상처로 아물 길 모연한 역사의 길 위에 있다.

지식이 모자라면 잘못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지식이 없어 잘못된 것을 바로 잡지 못할 수도 있다. <<테라 인코그니타>>는 무책임한 역사 인식에 제동을 걸고, 감추어진 역사를 들추어 빛을 보게 한다. 역사가 활어가 되어 날뛰는 느낌이다. 아주 재미있는 역사책을 읽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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