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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 ㅣ 권정생 문학 그림책 6
권정생 지음, 정순희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림책의 내용과 그림과의 조화, 종이의 재질과 글자체, 글자들의 간격 등을 고루 갖춘 그림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남녀노소 많은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권정생 작가의 동화가 좋은 그림책으로 재탄생한다는 것은 그 많은 독자들에게 참 유익한 일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정순희 작가가 그린이로 동참한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은 독자들의 마음을 참으로 흡족하게 해줄만한 그림책이라 생각한다.
왁자한 시골장터의 풍경과 고추를 팔아 ‘산’ 돈으로 장을 보는 아저씨에 대한 묘사는 제목 페이지 직전에 프롤로그 역할을 한다.
흐릿한듯한 색감은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그리고 먼 시절에 대한 추억을 연상하게 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전체적으로 황톳빛이 도는 그림책은 질감조차 따뜻한 흙을 만지는 기분이 들게 하기도 한다.
그 느낌에 어울리는 만구 아저씨와 아주머니, 안동 톳제비들의 악의 없는 순순한 마음이 슬며시 웃음 짓게 하는 이야기이다. 악당이 등장하지 않아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활활한 이야기들과 삶의 연속인 현대 속의 만구아저씨는 우리가 잃어버린 정서이며, 간절함이라 할 수 있다.
돈을 두고 이어지는 톳제비들의 토론 시간도 보는 재미가 있다. 어린 아이들은, 막내 톳제비가 똥을 누고 닦은 지페를 다시 비닐 지갑에 넣을 때 소리를 지르며 경악한다. 어른들에겐 그저 밋밋하게 흘러갈 수 있는 흔한 소절이 아이들의 마음을 만나면 갑자기 생명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심심한듯하여 읽고 또 읽으면 놓쳤던 실마리를 다시 찾는 듯한 묘미가 있다. 책의 앞뒤표지는 펼치면 하나의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만구아저씨가 고추 한 부대 값에 돈을 보태어 사고자 한 송아지가 그려져 있다. 놀란 개와 고양이의 표정, 흐뭇한 아저씨의 표정이 읽는 이마저 훈훈하게 한다.
자극적인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요즘 아이들은 알지 못할 장터의 모습, 농사를 지어 장에 내다팔고 물건을 사는 모습, 전설 속의 존재와 인간의 훈훈한 공존의 모습은 잃어버렸던 우리 안의 평화와 타인에 대한 공감 및 인정을 ‘잃음’에서 ‘되찾음’으로 바꿀 것을 갈망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