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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글쓰기 - 눈빛을 반짝이게 하는 글 마음에 깊이 남는 글
권일한 지음 / 우리교육 / 2015년 1월
평점 :
글쓰기가 행복해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을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마음을 보일 수 있는 아이가 되도록 하려면 아이의 마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한다. 아이가 마음을 열어 글을 쓰려면 후련해지도록 해주어야하는데 그것이 글쓰기를 통해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저자는 경험으로 증명해 보인다. 반갑고 고마운 증명이었다.
5만편 이상의 아이들 글을 읽고, 수천 편의 글을 직접 코멘트해주었다는데 그동안 (시뻘건 펜은 심한 것 같아) 초록, 파랑 펜으로 볼지 안 볼지도 모를 첨삭을 하면서 난도질을 해댔던 것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고 했던 이오덕 선생이 아이들의 글을 자상하게 배려하면서 코멘트해준 글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기다리는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닫아버린 어른들의 몫임을 상기하면서 미안한 마음으로 글을 읽기도 했다.
아이들이 회복되어 마음을 쏟아내는 기쁨을 알도록, 나아가 결과만 신경쓰는 이 교육 풍토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야한다는 책임 의식을 느끼기도 했다.
이 책은 마음을 여는 법에서부터 구체적으로 아이들과 할 수 있는 글놀이와 글쓰는 법을 소개한다. 적용할 점들이 무척 많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할 필독서가 아닐까 한다. 내가 읽은 글쓰기책, 아이들 글쓰기 지도책도 제법 되는데 이 책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만한 책이다.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글쓰기로 안내하는 일을 할 즈음에 이 책을 만난 건 정말이지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지금은 빨간 펜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흡한 글 밑에 더 작은 글자 포인트로 아이의 글에 대한 내 생각과 고칠점을 말해주는 정도로 끝을 맺는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사실, 이렇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기도 하다. 대신 스스로 고쳐 쓰기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코멘트하고 그래도 안 고쳐지는 것은 내버려둔다. 수준이 안 되는 것을 굳이 내 눈에 맞는 수준으로 난도질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수년 간 보아서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난도질하는 내 마음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할 일은 글을 쓰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 글쓰기에 대한 편견을 가진 아이들의 현재 상태를 인정하고 앞으로의 어휘력과 문법 수준은 내 노력으로 끌어 올리되 아이들의 살아있는 문장이 튀어나오도록 힘을 다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참 좋다. 맑은 아이들의 질문, 윤색되지 않은 예의, 무엇보다도 가능성이라는 원석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이다. 아니, 특권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문학 하겠다고 고집스럽게 경로 폐쇄시키지 않고 학교 선생님이 될 걸 그랬다. 글로, 책으로 아이들을 살려내는 여러 선생님들을 보면서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일들이 결국은 이런 일임을 재차 확인하니까 말이다.
몇 가지의 길이 남아있긴 하다. 그것에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