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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세상을 아프게 한다 - 차별과 편견을 허무는 평등한 언어 사용 설명서
오승현 지음 / 살림Friends / 2011년 11월
평점 :
말이 세상을 아프게 한다.
제목을 들으면 언 듯 말 한마디가 주는 상처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한 개인에게 주는 상처가 아닌 세상을 아프게 하는 말이다. 소제목에서 보시다시피 차별과 편견의 벽을 넘어서 올바르고 가치 있게 말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언어 사용 설명서이다. 말 뒤에 감춰진 편견과 차별의 실상을 그 뿌리부터 더듬는 이 책은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혼혈인, 동성애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 등 사회적 약자를 둘러싼 말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를 둘러싼 모순과 허위를 좀 더 날카롭게 파고든다.
저자의 서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비트겐슈타인의 인용 이였는데 ‘우리는 같은 세계에 존재하지만, 각자의 언어를 통해 다른 세계를 만납니다. 모두가 같은 세계에 존재하는 것 같아도, 각자가 자기 언어의 한계 속에서 세계를 만날 뿐이죠. 그러므로 나의 세계와 너의 세계는 같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죽어간 수많은 나무에 부끄럽지 않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치열한 정신세계와 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날카로움을 읽는 것 같았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장에서는 사회적 약자-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혼혈인, 동성애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 등에 관한 말들을 통해 그들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두 번째 장에서는 여성을 가리키거나 여성과 관련된 말의 차별성에 관한 것이고 세 번째 장에서는 결혼을 강요하는 말들 (미혼, 미혼모), 정상 가족을 강요하는 말들(결손가정, 호래자식), 남편의 폭력을 은폐하는 말들(부부싸움), 부모의 폭력을 은폐하는 말들(사랑의 매)등이 실려 있고 네 번째 장에서는 호칭의 문제, 스포츠와 민족의 문제, 서울 중심주의, 집단주의, 국가주의를 다루고 있다.
장애우라는 말은 정상인이 비 정상인을 지칭하는 말로 장애를 가진 친구라는 말로 장애인이 자신을 장애우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미혼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을 말하는 말로 결혼을 전제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쓰는 말 속에는 수많은 편견과 차별, 불평등이 존재함을 느끼고 미혼모가 되었을 때 미혼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게 하는 제도 마련도 시급하고 아이들의 인권에 대해서 가정이라는 틀 아래서의 폭력의 정당성 등 세상에 만연하고 있는 의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이 책을 읽는 남자들은 많은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좋은 글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는 저자의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