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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나는 이 작가의 열렬한, 오래된 팬이다.
첫 작품인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을 몹시 애정하는 나로서는 궁극의 아이 또한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건축....>은 처음엔 영화 시나리오였다가 소설로 옮긴 작품이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영화 보다는 소설이 백번 낫다. 지금도 가끔씩 읽곤 하는데 흡입력이 대단하고, 일제 시대의 미스테리가 아직도 흥미진진하다. 이 작가는 <푸코의 진자>를 보고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을 썼다고 했다. 사실 뒷부분은 좀 비슷하게 연상되는 플롯으로 진행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상의 시와 일제시대를 흥미진진하게 잘 엮어낸 그의 첫 소설에 대한 격한 애정으로 궁극의 아이도 재미있게 읽었다.
<궁극의 아이>는 스토리 공모전에서 수상을 한 작품이다. 출발부터 화려한 소설인데 막상 읽어보니 소설 본문보다는 시놉시스 문서로 보았을 때 더 화려하고 현란했을 것 같은 내용이다. 소설은 소설 자체의 뼈와 살이 있는데 이 작품은 소설의 뼈를 이루는 플롯이 몹시 매력적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고, 어떤 사람은 제노사이드를 떠올리게 한다고도 하지만 설정상으로 봐도 쉽지 않아 보이는 내용을 잘 엮어냈다.
미래를 모두 알고 태어나는 아이가, 사랑하는 연인과 자식을 지키기 위해 벌인 치밀한 계획. 그것이 십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두고 조금도 틀어지지 않는 부분에서 좀 흥미가 반감되었지만 장르적 재미는 충분히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제목인 궁극의 아이는 너무 일본스러운 느낌이다. 좀 더 서정적인 느낌이 드는 제목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는 문체에도 비슷한 바람을 갖게 하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스피드가 너무 넘치는 것 같아서 문장이 조금 천천히 흘러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어쨌든 한 남자의 진심어린 사랑에 관한 영화니까 정서적인 측면에 대한 고려를 좀 더 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제노사이드와 비교할 때 비슷한 재미를 느꼈으며, 한국이 아닌 미국을 무대로, 역사와 현대의 권력가들의 내부 풍경을 이 정도로 묘사한 작가의 필력과 노력에 여전한 지지와 팬심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