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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파이 이야기는 동화가 아니다.
초반 부분은 다소 동화 같은 뉘앙스를 풍기고
작품 내내 노인과 바다나 파리 대왕 같은 모험 소설이나 도전 소설처럼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의 파이의 두 개의 엇갈린 진실을 듣다보면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 마저 든다. 끔찍하다. 불편하다. 소름이 끼친다. 불편한 진실이란 이런 것이다. 하지만 파이, 혹은 가상의 이야기꾼은 우리에게 말한다.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듣기 편하냐고. 그것 중에 하나를 골라서 이 이야기를, 진실을 간직하라고.
초반부의 황홀한 유년의 경험과 중반부의 처절한 투쟁과 모험, 후반부의 기적적인 구조와 그로 인한 에필로그 식의 회고는 우리에게 이야기의 드라마틱함을 절절하게 느끼게 해주지만 우리가 환상적이라 생각하며 즐겼던 파이의 여정이 동물로 변환된 사람의 이야기라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순간 끔찍한 광경으로 변하고 만다.
어떤 이는 흥미진진한 반전이라고 더욱 매력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나는 솔직히 괴로웠다.
한 소년의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고 당의정이 씌워진 세상에 대한 모든 불편한 진실과 그것을 우화로 돌려말하여 진실을 고발하는 이야기꾼의 무거운 임무에 관해서도 이 소설은 진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만치않은 소설이고 쉽게 잊혀지지 않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