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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신다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일터의 죽음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드는 법.
'산재'를 다뤘다는 사실만으로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다. 노동을 하는 우리는 언제든, 누구든 산재 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인정받고 입증하기란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사회적으로 학습해왔다. 산재 사고 가해자(일반적으로 기업체) 피해자를 추궁하고 몰아 세우는 것은 기본이며, 산재 사망 사고 피해자 유가족은 아주 길고 잔인한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 사고를 파헤치고, 산재가 발생하는 이유, 산재가 산재로 인정되기까지의 과정과 사회적 구조를 보여준다.
책 속에 소개된 사례는 대부분 우리가 가볍게라도 알고 있을 사고들이다. 대표적으로 2021년 평택항 부둣가에서 한 대학생이 컨테이너에 깔려 사망한 사건.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 사건 ('구의역 김군 사건'), 평택 SPL(SPC계열사) 제빵공장 소스배합기 끼임 사망 사건.
저자는 이러한 산재가 일어나는 원인을 구조에서 찾아낸다. 그리고 산재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질문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산재 사고 경위서는 일상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에 쓰이는 말보다 훨씬 복잡하고, 전문가가 아니라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단어로 구성된다. 이에 저자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의 산재 사고 서술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전문가 또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만 산재 사망 사고 뉴스를 보는 누군가가 알 수 없는 단어의 나열에 '뒤로가기'를 누르지 않을 것이며, 쉽게 이해되는 이야기일 때 더 많은 이들이 사건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중요한 건 산재는 노동자의 책임이나 탓으로 돌릴 수 없으며, 노동자가 원인이 될 수 없다. 안전에 관심없는 노동자는 없다. 안전에 불감한 노동자가 노동 현장에 있다면, 그가 왜 안전에 불감해졌는지 파악하고 안전에 민감해지도록 관리하고 유도해야 한다. 가령, 더운 여름철 안전모를 안 쓴 노동자가 있다면 왜 쓰지 않는 것인지 이유를 파악하고 안전모를 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더워서 쓰지 않는다면 바람이 통하는 안전모로 바꾼다거나, 얼음팩을 같이 제공한다거나 하는 등).
노동현장, 특히 공사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어가 있다. "안전에는 베테랑이 없다",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같이 노동자에게 안전을 강조하는 현수막은 너무도 익숙하다. 이런 문구들을 잘 뜯어보면 안전 사고의 책임을 모두 노동자에게 돌리는 듯하다. 안전에는 베테랑이 없으니 '노동자가' 주의해야 하고, 안전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 '노동자가' 조심해야 하고. 어떤 현수막 속 표어에도 기업이나 안전 관리자, 기업 대표를 향해 안전에 더 신경쓰라는 말은 없다.
결국 대부분의 산재 사고는 '돈'과 관련된다.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노동자는 기업이 원하는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적정량, 적정 수준 이상으로 노동을 하다 사고를 겪는다. 현실의 노동에 뛰어들지 않는 이들이 설정한 할당량과 성과치에 도달하기 위해 현실의 노동자들은 기계에 적정량 이상의 소스를 넣고 맨몸으로 기계를 작동시킨다.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지만 인건비를 아끼려는 이들을 위해 혼자 스크린도어를 정비한다. 한 번도 일해본 적 없는 구역에 가서 그저 시키는 일을 하다 위험에 처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일에 있어서든 사람을 먼저 보면 모든 게 달라지는 것 같다. 숫자나 이윤, 부가적인 가치보다 현장의 사람을 가장 먼저 봐야 한다. 일개
노동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누군가를 생각한다면 무모한 생산량이나 어떤 수치로 계산되는 이익같은 건 얼마든 뒤로 미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