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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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족이 이렇게 제각각인데. 대통령은 어떻게 하나. 나라를 가지런히 운영하는 건 당최 불가능한 거지.“

-p. 24


세상은 너무 복잡하다. 세상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 사회는 너무 많이 복잡하다.

한 인간이 겪는 사회 중 가장 작은 사회인 가족이라고 다를까.


​전직 대학교수이자 꼰대가 다 돼(?) 답답한 아들을 가르치려고만 하는 영한

전직 기자로 워커홀릭의 삶을 살았고 그래서 자녀들에게 엉망이었던 엄마라며 자책하는 정희

외국인 애인과 함께 살고 싶지만 계속해서 난간에 부딪히는 하민

음악을 한다며, 자신을 가르치려고만 하는 아빠는 필요 없다며 집을 나간 동민


『그리고 봄』에 등장하는 네 명은 모두 다 제각각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사람들이다. 이들로 구성된 가족은 대통령 선거 이후 해체와 봉합의 과정을 겪는다.


이 이야기에 몰입하며 읽을 수 있던 이유는 이 가족이 겪는 일들이 특수한 경험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2022년과 2023년을 살면서 나는 가족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집단에서 끊임없이 정치로 이어지고 결렬되는 경험을 해왔다.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것들을 가운데 두고 의도치 않은 말과 의도적인 말을 섞어 비판하고 비통해했다.


이렇게 이분화된 채 벌어지는 ”싸움“이 싫다면 눈 가리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고, 눈 앞에 자신의 이익만을 보는 이들은 도저히 상종하기 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등지고자 했던 이들과 나는 같은 시대를 살아간다. 동시에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그렇기에 복잡하다.


​『그리고 봄』은 나와 다른, 복잡하고 다면적인 이 세상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다.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공유하고 있는 정치사회적 상황 속에서 각자의 세상이 어떻게 흔들리고 이내 단단해지는지. 한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모든 개인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고, 어떻게 '우리 시대’의 미래를 만들어갈 방법에 대한 힌트를 던져준다.


소수자 혐오, 이태원 참사, 세월호 침몰 사고, 세대 갈등과 20대 대통령 선거 전후 정치적 갈등 상황 등. 우리가 지나온 현실을 담은 『그리고 봄』은 이 시대의 기록이자, 더 나은 내일, 조금 더 따뜻한 '봄’을 위한 온기 담긴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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