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힙합을 지금은 잘 찾아듣지 않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일단 10대의 불안과 20대의 불안은 모양도, 색도, 무게도 너무나 다르다. 그때 들었던 노래 가사가 지금은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처럼, 그때의 불안은 지금의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형태다. 지난 기억은 모두 미화된다고 하지 않는가. 한창 빠져 들었던 김하온, 빈첸, 이제 부를 수 없는 래퍼의 노래. 그때는 한창 힙합 장르를 내세웠던 아이돌의 싸이퍼, 믹스테잎까지. 그 노래들을 지금은 듣지 않는 건 지금의 내가 그들의 가사에 크게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듣는 힙합 노래가 있나, 또 생각해보면, 있다.
그 노래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차별과 혐오의 언어가 없다는 점이다. 발화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래다. 같은 힙합 장르 중에서도 이런 노래를 선호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단호하게 힙합에서 디스 배틀하는 게 불편하다. 저자는 힙합에서 디스는 하나의 문화라고 얘기한다. "증오를 빼는 편"이라는 래퍼 김하온을 언급하며, 힙합에서 디스를 증오로 보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