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인간중심주의‘를 말하는 김한민 작가의 칼럼집 『탈인간 선언』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냉소적 시선에 역으로 냉소를 보내는 책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정말 나와는 상관 없는 연예인의 신변잡기는 그토록 와닿고, 전 지구적 생태 위기는 전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그 피부가 문제다!
혹은
회복 불가능한 지구 가열을 막아낼 시간이 겨우 10년 남았다고 기후학자들이 경고한 게 벌써 몇년째인데도 와닿지 않는다고? 그럼 가닿으라!
저자에 의하면 “영향은 선택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 상황, 사람을 모두 선택하여 영향 받는다. 이 사회가 기후위기에 이리도 무심한 것 역시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위기를 선택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기후학자, 환경운동가가 그리도 강조해온 기후위기가 ‘위기’로 와 닿지 않을 수밖에.
저자는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자본주의와 ‘성장 카르텔’에 대해 언급하는데, ‘녹색 성장’에 한 번쯤 고개를 갸웃해본 적 있는 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녹색 성장’이 아닌 탈성장!”
저자가 말하는 탈성장이란 “우리가 현재 가진 경제적 역량을 좀 더 필수적인 식량 주거 교통 교육 의료에 집중하고 필수적이지 않은 것을 포기하는 것(120)”이다. 인간이 더 편하고 필요 이상으로 물질을 추구할수록 인간의 자리는 서서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제 인간에게 기후 위기는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와 닿지는 않는, 관심을 주다가도 눈에 확연히 띄지 않는 것이라서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 것 같다. 그렇기에 더 큰 발전과 성장을 향해 뒤돌아보지 않고 나아가려고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