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인간 선언 - 기후위기를 넘는 ‘새로운 우리’의 발명
김한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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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의 인간이기를 단호히 거부한다.”

‘탈인간중심주의‘를 말하는 김한민 작가의 칼럼집 『탈인간 선언』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냉소적 시선에 역으로 냉소를 보내는 책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정말 나와는 상관 없는 연예인의 신변잡기는 그토록 와닿고, 전 지구적 생태 위기는 전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그 피부가 문제다!

혹은

회복 불가능한 지구 가열을 막아낼 시간이 겨우 10년 남았다고 기후학자들이 경고한 게 벌써 몇년째인데도 와닿지 않는다고? 그럼 가닿으라!

저자에 의하면 “영향은 선택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 상황, 사람을 모두 선택하여 영향 받는다. 이 사회가 기후위기에 이리도 무심한 것 역시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위기를 선택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기후학자, 환경운동가가 그리도 강조해온 기후위기가 ‘위기’로 와 닿지 않을 수밖에.

저자는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자본주의와 ‘성장 카르텔’에 대해 언급하는데, ‘녹색 성장’에 한 번쯤 고개를 갸웃해본 적 있는 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녹색 성장’이 아닌 탈성장!”

저자가 말하는 탈성장이란 “우리가 현재 가진 경제적 역량을 좀 더 필수적인 식량 주거 교통 교육 의료에 집중하고 필수적이지 않은 것을 포기하는 것(120)”이다. 인간이 더 편하고 필요 이상으로 물질을 추구할수록 인간의 자리는 서서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제 인간에게 기후 위기는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와 닿지는 않는, 관심을 주다가도 눈에 확연히 띄지 않는 것이라서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 것 같다. 그렇기에 더 큰 발전과 성장을 향해 뒤돌아보지 않고 나아가려고만 한다.


최근 한겨레에서 한국 청년 10명 중 6명은 기후 위기 실감으로 불안감을 느낀다는 설문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중요한 건 그런 불안감을 타인과 나누기 어려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공론장 부재의 문제로 이어진다. 정치인들은 기후위기를 하나의 정치 사업 정도로 삼고, 기업인들은 '그린'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더 많은 소비와 생산을 부추기고 있고, 정말 진지하고 진심으로 기후 변화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김한민 작가의 『탈인간 선언』의 의미가 더욱 짙어진다. 육식주의, 불법 어획, 빛 공해를 넘어 성장지상주의, 자본주의까지. 저자는 우리를 '공멸'로 모는 것들에 대해 단호하게 의견을 피력한다. 더불어 불안감과 개인이 느끼는 불안감과 초조함과는 상관없이 돌아가는 이 사회 분위기에 피로감까지 느끼는 이들에게 "쉬어도 된다."고 말한다. 당신이 쉬는 동안에도 행동할 누군가는 분명 존재한다며 읽는 이를 이완시킨다.

"『탈인간 선언』은 냉소를 냉소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아직 남아있음을 알려준다."

- 김선오 시인 추천사 중

비인간(동물, 자연)과 인간의 공생과 더 나은 인간의 삶을 향하는 길은 탈인간에 대한 냉소를 냉소할 수 있는 힘과 "환상하고 자빠지는(157)" 것이다. 탈성장을 말하는 이들이 더욱 많아지고,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사라지고, 주거 문제가 해결되고, 모든 이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차별받지 않고, 공장식 축산과 육식주의에서 벗어난 사회가 도래할지 모른다는 환상. 결국 이 세상이 '인간우월주의'에서 한 걸음이라도 멀어져 탈인간중심주의로 향해갈 것이라는 환상 말이다.


차라리 ”적응의 힘은 모방이 아니라 저항과 동화의 힘“이라고 말한 간디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나마 적응‘이라도’ 해볼 만한 지구는 적응에 최대한 저항해야 가능할 것이기

에.

-p. 40

우리가 치를 희생들에 관해 정직하게 소통하는 것, 이것이 빠진 기후에 관한 모든 얘기는 거짓말이다.

-p. 45

“물 들어오면 노를 잠시 놓으라. 그리고 물길을 읽으라. 이 물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p. 106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자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이 단지 소수의 자본가 몇몇을 제거해서 될 일이 아니며, 인간의 이타심을 필요로 하지만 개인적 차원을 넘어선 연대를 요구하는 것, (…)

-p. 111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가 “인간은 모든 것에 익숙해지는 존재”라고 했다는데, 모든 것에 익숙해진다고 인간이 되는 걸까?

-p. 149

그런 존재하지 않는 이상을 추구하는 대신, 우리 모두 교차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p. 156

영향은 선택이다.

-p. 165

그렇게 자기 세계를 확장시켜 나아가면 서로 다른 운동들이 만나며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 아직 당신만큼 노력하지 않은 우리가, 당신이 다시 돌아오실 때까지 조금씩 짐을 나눠 들면 됩니다.

-p.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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