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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옷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80년대 중반 유럽의 여류 작가로 처음 만났던 잉게보르크 바하만이후 2번째 만나는 유럽의 여성 작가다. 첫 느낌은 바하만에 비하여 매우 진지하지 못하다는 선입감이 우선한다. 빠르게 전개되는 대화체는 시니컬한 인상을 주고 다양한 주제의 폭에 비하여 그 내용의 깊이는 매우 일천하다. 물론 각 주제에 있어서도 논리적인 모순은 우선 황당하다는 전제하에 매우 심각하다.
20세기에 일반적으로 회자되는 담론이 대체로 전개 되었고, 여기에는 철학, 역사, 의학, 수학, 물리 문제까지 다양하게 포괄한다. 이를테면, 의상, 도덕성, 정치체계, 수력 에너지, 음식, 독재자, 결혼/이혼, 육체/섹스, 전쟁, 남북/동서문제, 노예, 사형제도, IQ 등의 문제에 대하여 두서없이 언급하였고 이에 대한 26세기의 현재 상황을 20세기와 비교하여 대화하고 있다. 즉, 26세기의 가장 뛰어난 두뇌인 셀시우스와 20세기의 아멜리 노통간의 인류에 대한 담론이다.
아침에 불현듯 일어나서 일상의 일과가 똑같이 반복 될때 문득, 왜?라는 의문이 들고 이에 대하여 인생이 근원적으로 무의미하고 불합리하다는 부조리를 인식하게 될때 노통과 같은 상상을 해 봄직하다. 그러나 사고의 전환과정이 A에서 B로 전개되는 과정과 B에서 A로 전개되는 과정간의 해석 방법이 의외로 단순하다는 분석 결과에 따라 이것은 정말 한바탕 봄 꿈이었다.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인 선을 최고의 도덕으로 인정하고 현재 또는 미래의 가치관이 상상을 초월한다 하더라도 26세기 크레온의 시대보다는 20세기 안티고네의 세기에 동감한다.
유일무이하며 완전하고 마지막 빛이며 문명의 싹이자 상실의 마지막 흔적으로 영원히 남는데 손색이 없는 이 시대의 폼페이는 존재하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