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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평점 :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인류 문명의 불평등이 인종적 우월성이 아닌 지리적·환경적 요인(농업, 가축화, 문자의 전파 등)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며, 유라시아 문명의 정복 과정을 총(무기), 균(병균), 쇠(금속)라는 요인으로 설명한 역작이다. 그러나 역사적 복잡성을 생물지리학적 결정론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인간의 주체적인 노력이나 정치·문화적 요인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을 받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핵심 질문은 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었는가 에서 출발한다.
유라시아 대륙은 동서로 길어 농작물, 가축, 지식의 교류가 용이했으나, 아메리카/아프리카는 남북으로 길어 문명 전파가 늦었다.(환경결정론)
농업 발전 -> 식량 생산 증가 -> 정착 생활 -> 인구 증가 -> 기술 발전 및 문자의 탄생 -> 강력한 문명 형성 이라는 농업 전파의 고리를 설명한다.
이어서 가축을 키우며 얻은 병균(면역력)과 금속 기술(총, 쇠)이 정복을 가능하게 했다는 결론을 이끌어내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1. 주요 비판 내용
* 지리 결정론에 대한 우려: 인간의 의지나 문화적 역량보다 지리적 조건이 역사를 결정한다는 주장이 지리 결정론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사회의 복잡한 변화를 지나치게 단순화할 위험이 있다.
* 제국주의 정당화 가능성: 서구의 정복 역사를 지리적 우연의 산물로 설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과거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의 잔혹성이나 정치적 책임을 희석시킬 수 있다.
* 근현대사 설명의 한계: 책의 논리는 농업의 시작부터 근대 이전까지의 거시적 흐름에는 설득력이 있으나, 자본주의의 발흥이나 산업혁명 이후 국가 간 격차가 벌어진 정치·경제적 제도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 동아시아 정체성 해석: 유럽의 분열이 경쟁을 낳아 발전했다는 논리와 달리, 중국의 통일이 기술 발전을 저해했다는 서술은 동아시아 역사의 역동성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는 부분이다.
2. 서술 및 논증의 문제점
* 반증 사례의 생략: 자신의 가설에 들어맞지 않는 예외적인 문명이나 역사적 사건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축소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데이터의 일반화 오류: 뉴기니 등 특정 지역의 사례를 인류 전체의 보편적인 법칙으로 지나치게 확장하여 적용했다는 인류학적 비판도 존재한다.
* 비전문 분야의 서술: 생리학과 지리학 전공자인 저자가 역사학과 고고학의 방대한 영역을 다루다 보니, 세부적인 역사적 사실관계에서 오류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결론적으로 <총, 균, 쇠>는 환경적 결정 요인을 규명한 혁신적인 책이지만, 역사를 단일한 인과관계로 설명하려다 보니 인간의 능동적인 역사 창조 능력을 지나치게 축소한 한계를 보인다.
인종주의적 편견을 과학적 논리로 타파하려 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복잡한 인류 역사를 총, 균, 쇠라는 단선적 테마의 인과관계로 픽션화하는 데 따른 무리가 느껴진다.
인류사를 <총, 균, 쇠>로 단순화할 수 있다면, <칼, 쌀, 말(馬)>도 가능할 것이고, <활, 밀, 배(船)> 또는 <종이, 비단, 향신료> 등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또 하나의 벽돌책이 추가되었다. 안 읽어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