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의 순간 어색함은 잠깐뿐 둘은 고교 동창생
이름도 비슷하고 반장과 부반장을 맡았던 때
제희가 기억하는 재이의 모습
간질간질한 두 사람 재이와 제희
만남을 계속 이어가고픈 맘에 내기를 제안한 제희 fox야
월드겁의 열기가 가져다 준 두 사람의 뜨거운 열기
이제 불 붙었다~ㅋㅋㅋ
그럼 뭐해~ 중요한 순간에 꼭 하나씩 걸리는 무언가
ㅋㅋㅋ 그래도 좋은 건 둘이 함께인 순간
가정사 때문에 떨어진 시간에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생각했었구나...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재이의 상황
먼저 손 내밀어준 제희가 고맙다

어른이 되었다 느끼는 가장 확연한 것은 미성년자가 못 하는 일을 할 때였다. 옆에서 운전하는 제희를 보는 게 영 어색하다. 그는 보통 버스를 탔고, 자신은 종종 옆자리에 타곤 했다. - P18
이대로 헤어지면 두 번은 없는 사이라는 것을 서로 잘 알았으니까. 세상에는 우연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 넘쳐나지 않았다. - P27
「윤제희, 저기 나 이재인데, 넌 잘 모르겠지만 내가 부반장이거든……. 근데 이거 다른 반은 반장이 다 하는 거래.」 - P36
진하다. 낯설다. 그런데 또 예쁘다. 화장품의 인공적인 향을 딱 잘라 싫어하는 그였지만 가까이에서 맡아보고 싶어졌다. 무향, 아니면 그녀의 체향 정도나 간신히 나지 않을까.
축구라는 게, 아는 거야 홍명보 정도지만, 오늘만은 참 좋았다. 아니, 9년 만에 만나는 윤제희를 두고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줬으니 고맙다는 표현도 부족했다. 힘든 일이나 피하고 싶은 주제도 모두 미뤄두고 이렇게 흥겨울 수 있는 것은 오직 월드컵의 힘이었다. - P58
뚫어져라 화면만 보고 있던 그녀를 마찬가지로 그렇게 봤다. 제 입에서 반장, 윤제희 따위의 한발 물린 호칭이 아닌 ‘제희야.’라는 부름이 처음 나왔다는 것은 알까? - P106
처음부터, 아주 처음부터 그랬어. 겨우 저런 거, 월드컵에 이기고 지고가 영향을 끼칠 만한 감정이나 의지가 아니었다. 충동이 없다면 그것도 거짓말이겠지만 바탕이 없는 충동은 아니다. 차곡차곡 쌓아둔 감정이 한번 드러내지도 못하고 감춰져 있다가 월드컵의 열기에 입구가 열렸다. 그러니 이 복잡한 마음을 어느 세월에 설명하고 있을까? 이재이에게 설명해봤자 이해도 못 하겠지만 지금은 설명할 시간도 없다. 아니, 아깝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 P128
아직은 아니다, 나는 참을 수 있다, 세뇌를 하며 들어왔더니 준비한 듯 옷 다 입고 있는 이재이를 보자마자 열통이 터졌다. 그런데도 이 속없는 여자의 표정이 스르륵 풀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큭큭 웃느라 난리가 났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너는 이게 웃기냐고. 그걸 묻기도 전에 그의 헛웃음이 먼저 나와버렸지만. 예전부터 그는 그녀가 웃으면 아무 말도 못 했다. - P137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안 하고 살았는데. 어른이 된 윤제희가 어떠할지 상상해보다 고개를 떨군 적이 몇 번 있었다. 원망하려나, 날 선 눈빛으로 보려나, 그게 두려워서. 그런데 다시 만난 제희는 그때보다 말도 잘하고 한 번씩 이상한 열감으로 그녀를 꼼짝 못 하게 사로잡기도 했다. 처음 한두 번은 월드컵 탓이다 미뤄놓았는데 지금은 아니란 것을 알았다. 그는 월드컵이 아니라도 자신이 보고 싶다 말해주었고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마냥 행복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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