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만화라 즐겁게 봤습니다.작풍이 웹툰이 나오기 전 예전 출판만화 스타일이에요. 그러면서도 촌스럽지 않게 요즘의 맛을 가미했어요.표지처럼 내지 그림체도 예뻤습니다. 화려하게 예쁜 게 아니라 단정하게 예쁜 그림체입니다. 연예인도 재벌도 없고 혹은 능력자라거나 임신한다거나 하는 소재 없이, 그저 큰 사건 없이 두 사람의 감정만이 이야기를 이끌어요. 잔잔하지도 않지만 격정적이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재미 없을 법도 한데 상당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수의 두려움이, 혼자 하는 갈등이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게 이 만화의 유일한 위기이니, 수가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면 꽤 심심한 만화가 되었을 거예요.적극적이고 대범한 행동과 달리 소극적이고 망설이는 수와, 반듯하고 다정하지만 실은 독점욕을 누르고 있기도 하는 연하 공. 각각의 두 사람도 좋았고, 두 캐릭터의 합도 좋았습니다.
표지에서 짐작할 수 있는 그대로의 만화입니다. 동화적인 바탕에 미국식 만화를 모방한 일본식 열혈 만화 느낌이 조금 들어간.그리고 예상대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수인 디자인이 귀엽거나 포근하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듭니다. 반대로 섹시한 느낌도 전혀 없었습니다. 비엘 수인물이라면 귀엽거나 섹시하거나 둘 중 하나는 있길 바라는 쪽입니다. 물론 취향에 따라서 귀엽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저는 이 만화의 캐릭터 디자인을 매력적으로 볼 수 없었습니다.심지어 내용도 밍밍한 맛입니다. 자극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에게서도 흥미로운 서사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비엘 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비엘적 긴장감이 전혀 없습니다. 막판 씬도 어색하게 겨우 끼워넣은 느낌입니다. 씬 범벅인 스타일을 오히려 좋아하지 않는데, 비엘 씬 유무가 아니라 비엘에서 볼 수 있는 성적 긴장감이 매력적인 거니까요. 그리고 그 긴장감이 씬 하나 없어도 비엘 만화로 만들어 주는 건데, 이 만화는 비엘 만화가 되기 위해 막판에 씬 하나 끼워넣은 느낌입니다.이 만화에선 드라마틱한 서사도 탄력 있는 성적 긴장감도 귀엽거나 섹시한 캐릭터 디자인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