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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루비] 1095일의 꽃다발
미츠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ruvill) / 2025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님 그림체가 취향이고 드라마에 힘을 쓰는 스타일이라 종이책 구매까지 고려했던 만화인데 전자책이 나와 일단 구매.
읽으면서 참 답답한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음.
일단 주인수. 강렬하게 추구하는 것이 있고 속으로 온갖 생각은 하는데 막상 차근차근 이야기하지는 않고 다 건너뛰고 혼자 앞질러 결론 내리고 내지르는, 요즘 말로 급발진하는 게 기본인 성격. 심지어 이 사람은 자기 생각에 매몰되어 상대의 제스처도 오독하고 상대의 말을 들을 귀도 없다.
특히 구남친과의 일화를 회상하는 에피소드에서, '사실 내가 예전에 이런 생각을 했고 이런 꿈이 있는데 그러니 내가 이럴 테니 너는 이래 줄 수 있니'라는 이야기 없이 갑자기 내일이 기념일이니 나는 식당 예약할 테니 너는 꽃다발 가져오라고 말하기. 물론 구남친이 안 좋은 인간이긴 한데, 좋은 인간이었어도 상황이 달라졌을까 싶다.
지금의 남친, 이 만화의 공과는 몇 년이나 동거하는 사이인데도 대화가 부족하다. 이 정도면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는 걸까 싶을 정도.
만화에선 주인수만의 문제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지, 주인공 회상을 통해 주인공이 무뚝뚝하고 표정을 잘 안 드러낸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독자 입장에선 주인공 표정이 그렇게 무뚝뚝한가 의아하다.
살면서 진짜 주인수 같은 사람을 가끔 보게 되는데, 그걸 작가님이 정말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선량하지만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지인으로라도 관계를 이어가기 힘든 사람들. 머릿속으로 혼자 여러 생각을 하는데, 타인의 말과 표정을 잘못 해석해 받아들였으면서 그걸 토대로 혼자 머릿속으로 이야길 진행한 후 결론 내리고 급발진. 그러면 주변 사람들은 이 사람이 왜 이러는지 영문을 모르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초반에 젊은 사람끼리 놀라느니 아직 젊다느니 이런 대화가 오가기에 주인수가 사십대인 설정인가 했는데 정확히 서른 살이라는 내용이 바로 나온다. 괴리감. '내 이름은 김삼순' 드라마가 나온 지 20년은 넘은 것 같는데 한국의 그 시절 감각이 일본의 지금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