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작가인가 했는데 아니네요. 작가님 전작을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전혀 안 납니다.
그림체는 매우 예쁩니다. 보자마자 아라이 미키 작가와 비슷한 그림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비슷한 거지 같지는 않아서, 두 작가님 그림 아무 컷이나 하나씩 두면 어느 그림이 어느 작가님 것인지는 쉽게 분간 가능한 정도입니다.
아라이 미키 작가님 만화 좋아합니다. 그림체 예쁜데 내용은 대부분 실없어 헛웃음 나오거나 병맛인데, 예쁜 그림체가 도리어 병맛 스토리를 더욱 부각합니다.
그런데 이 이세계 전생은 그 예쁜 그림체로 별 매력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한국산 책빙의 웹툰은 그야말로 세기 어려울 정도로 봤는데 일본 만화로는 처음입니다. 어쩌면 이 작가님도 책빙의 소재는 처음 그리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빙의라는 소재를 공부하고 분석했는데, 이걸 공식화해서 작품 안에서 기계적으로 설명하고 연출하는 게 보이거든요.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이 써서 너덜너덜한 비엘 클리셰들을 여러 개 사용하는데 이걸 또 너무 진지하게, 그리고 역시 기계적으로 사용해서, 이렇게 예쁜 그림체임에도 매우 무미건조한 느낌이 듭니다. 처음에는 한정된 분량 안에서 대하 스토리를 욱여넣으려니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싶었는데, 앞으로 계속 연속 권이 나올 거 같으니 그런 문제는 아닌 거 같습니다.
주인공수의 너무나도 식상한 관계 구도, (일본 특유의)만화 같은 서브 컬쳐에서 전형적으로 그리는 소녀 같은 주인수(물론 현실의 소녀와는 동떨어진), 역시나 전형적인 성격과 포지션의 악당... 개성이나 매력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희생하는 선량한 왕족, 왕족의 능력을 당연하다는 듯 누리는 백성이라는 작가의 설정이 매우 거슬렸습니다. 굉장히 일본다운 설정이란 생각이 들었고요. 이 작품의 유일한 개성이라고 할 만한 점이 이 부분인데 이게 매우 거슬리는 지점이라, 여러가지로 아쉬운 만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