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 권에 손댔다는 이유로 다시 선택했지만, 스핀 오프마저 취향에 안 맞네요.
주인수 양모이자 이모가 주인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칠 만큼 학대라 할 수 있는 양육을 한 설정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 이유가 굉장히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주인수가 정서적 학대를 받았다는 설정이 필요했고, 동시에 치유받고 힐링하는 주인수 설정도 필요했는데, 그러기 위해 학대자에게도 사정이 있었고 주인수는 그 사정을 이해하여 쌍방 치유를 얻는다는 기획을 구상한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작위적이고 기계적이었고, 굉장히 무성의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서적 학대자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던들 학대받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정이 있었던들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고요. 그래서 그런 진짜 어색한 학대의 이유가 만들어진 거 같습니다.
이 스핀오프만이 아니라 이 시리즈 전체적인 문제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오메가버스 사회의 문제를 그렇게 진지하고 식상하게 개인적으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타파하는 이야기를 넣는 게 가치가 있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소설, 심지어 현실과 괴리가 큰 판타지나 sf라도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를 돌아본다거나 하는 일은 충분히 흥미롭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오메가버스의 오메가의 인권 문제가, 현실의 여성과 성소수자에게 빗대거나 거울로서 무언가 깨달을 만한 것들이 있다고는 느낄 수 없습니다. 오히려 불쾌한 지점이 느껴지기까지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