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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토지를 읽다
김민철 지음 / 한길사 / 2023년 5월
평점 :
『 꽃으로 토지를 읽다 』:: 소소한 일상을 문학으로 만나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음에 드는 꽃을 발견하는 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중 하나인 것 같다. 꽃 사진은 차곡차곡 쌓여도 그들의 이름을 제대로 아는 건 소수에 불과한데, 「 꽃으로 토지를 읽다 」는 그러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나만의 꽃사전이자 문학 속 꽃이라는 배우들의 씬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21권(나남출판사 기준)이라는 장편의 묵직함에 읽을 용기가 나지 않던 <토지>. 색다르고 익숙한 매개체 '꽃'과 저자의 해석이 들어가면서 술술 읽히는 맛이 있다. 본 작품에서의 작가의 의도와 나라는 독자의 해석을 비교해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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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_ 양반꽃과 팜므파탈
"환이 눈앞에 별안간 능소화꽃이 떠오른다. 능소화가 피어 있는 최참판댁 담장이 떠오른다. 비가 걷힌 뒤의 돌담장에는 이끼가 파랗게 살아나 있다."
::「 토지 」4권 272쪽
#수국 _ 식민지 조선의 신여성, 유인실
"축축한 음지에서 흐드러지게 핀 수국, 병자 방에는 꽂지 않는다는 그 수국이 녹색으로 변했을 때, 찬하는 히비야 공원에서 녹색의 여인으로 착각한 인실의 모습을 연상했던 것이다."
::「 토지 」15권 294쪽
#무궁화 _ 태극무늬를 닮은 무궁화의 씨앗
"종을 치고 난 요장이 이들이 복도에 무리지어 있는 우스꽝스런 모습들을 보고 씩 웃는다. 앞마당에는 톱니 같은 모양의 무궁화 잎새가 환한 달빛 아래 꺼무꺼무해 보였고 그것은 이따금 바람에 흔들리곤 했다."
#쑥부쟁이 _ 가을을 장식하는 들국화
"돈암동 일대, 신설동까지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 두 사람은 다같이 죄인처럼 웅크리고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군데군데 체면처럼 들국화가 한두 포기, 보라색 꽃이 피어 있었다."
::「 토지 」19권 175 - 1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