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쟁이 중년아재 나 홀로 산티아고
이관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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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일을 더 이상 하게 되지 않을 때, 외국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고야 말겠다던 아빠의 말은 어느새 그저 조용한 곳으로 가 쉬고 싶다는 작은 소망으로 바뀌었다. 

세계테마기행을 열심히 봤던 아빠. 회사일로 바쁜 매일, 꿈을 꾸게 만듬과 동시에 유일하게 지친 마음을 달래주었던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지금 와서 보면 그랬다.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일은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가까움에 안주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 아빠는 이제 그 일을 생각하지 않을 만큼 지친 게 아닐까.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작가님의 여행을 지켜보며, 아빠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걷고 먹고 자는 일의 반복인 이야기지만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건 꽤 귀중하다. 


반복되는 문장 형태와 정돈되지 않은 목차를 안고가더라도, 글에 담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걸음에만 집중하게 된다. 빠져들기 시작하면 금세 읽게 된다.


여행을 떠나지 않기 위한 이런저런 핑계는 집어치우고, 순례길을 완주해내고야 만 그 마인드가 기억에 남는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다른 순례자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려 한 대목도 깊게 남는다.  


나는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아빠는 다시 여행을 생각할 수 있을까.    


고작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고 뭔가 큰 깨달음을 얻는다던가, 인생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퇴직 후 삶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이루어낸 나는 적어도 산티아고 이전과 이후의 삶이 같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은 들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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