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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랄리아 - 플루타르코스에게 배우는 지혜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170
플루타르코스 지음, 윤진 옮김 / 한길사 / 2021년 1월
평점 :
철학과 그다지 친한 편은 아니다. 세상에는 윤리가 필요하고, 문과가 없어서는 안된다는 걸 알지만 그 이유를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건 이것 때문일테다. <유토피아>, <페스트> 로 철학을 연이어 접하며 느꼈던 점은 놀라울 정도로 지금의 현실과 닮아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다. 과거의 상황과 그를 마주하는 이들의 태도는 마치 보이지 않는 굴레에 갇혀 벗어나지 않는 듯했다. 허구적인 요소가 일부 섞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모랄리아는 어떨까? 온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가득할 것 같은 표지를 넘어서면, 조금의 시간과 노력을 요할 뿐, 내용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본 내용보다는 오히려 끊임없이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과 주석을 읽는 데 힘이 들어간다. 어릴 적 동화의 원형으로 사용된 전적이 있는 만큼, 짧지만 명확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꺼내 읽어도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그 시대만의 관점으로 바라본 세계 속 뜻하지 않은 유희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모랄리아> 또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담론이다. 5개의 목차 중 첫번째인 '7현인의 저녁식사'는 가장 긴 호흡을 필요로 하면서도 시대를 막론한 질문을 던진다. '민주정치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려본 결과 나에게는 '시민들의 비판을 두려워하는 공직자와 언론, 그리고 정확한 판단을 위해 팩트를 찾아내는 시민'이 그것이었다.
때로는 현인들의 지혜를, 또는 장군들의 처세술과 스파르타 여성들의 용기를 지켜보며, 지금을 살아가는 시민이자 인간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플루타르코스가 축적한 시간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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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4
우리는 누가 좋은 자리를 배정받았는지가 아니라, 같이 앉게 된 사람들이 우리와 잘 어울릴 만한 사람인지를 알아내려고 애써야 하네. 또 그 사람들이 친교를 나눌 만한지, 우정을 지속시킬 무언가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봐야 하지. 그리고 불만을 표시하기보다는 그런 이들과 자리를 같이하게 된 것을 드러내놓고 만족해하는 것이 더 나은 행동이라네. 항상 그렇듯이 식탁의 자리배치에 불만을 품은 사람은 주인이 아니라 옆에 앉은 이에게 불만을 품은 것이고, 그건 두 사람 모두에게 좋지 않아.
p. 237
사람을 명예롭게 하는 것은 자리가 아니고, 사람이 자리를 명예롭게 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어.
p. 243
그는 병사들이 어떤 일을 빨리했으면 하고 바랄 때면, 자신이 직접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솔선수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