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관찰자를 위한 그림책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윌리엄 그릴 그림,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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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 <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가 출간됐을 때부터 흥미가 있었다. 혼자만의 소소한 취미로 즐기던 구름 관찰이 책으로까지 확장되다니, 나만 알던 장르가 메이저가 된 기분이었다. 


구름에 대한 찐애정이 느껴지는 작가 소개글부터 귀엽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추종자들에 맞서는 구름관찰자라니, 전세계에서 가장 구름에 진심인 분이 아닐까. 구름감상협회 회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모든 형태의 구름과 파도를 지켜보는 것을 사랑합니다'라는 문구에서는 내적 친밀감까지 느껴졌다. 구름을 사랑하지만 과학과는 거리를 두기 때문에 설명보다는 그림 비중이 월등히 많은 본 도서를 골랐다.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구름 풍경을 큰 판형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 색연필화가 주는 따스함과 아기자기함이 좋다. 지금까지는 기분 전환만을 위해 구름을 관찰해왔다면, 이번에는 그들의 이름을 알아가고 가까워져가는 과정이 새로웠다. 


그 어떤 구름도 영원하지 않지만 결국 모든 구름이 하나라는 것에서 우리와 닮아있다고도 생각했다. 저마다의 모양은 인간의 성격과 감정처럼 보였다. 어릴 때는 그저 광활한 하늘을 떠다니는 자유로움이 부러워 구름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 보니 우리는 꽤 맞닿아있었다.


아직은 부끄럼 많은 털층구름에 머물러있지만 모양을 바꿀 수 있을거라 믿는다.


- 튀는 것을 좋아하는 잘난 구름만 있으란 법은 없잖아요. 소란스러운 구름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연한 구름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털층구름이 끼었는지도 모르고 넘어가죠. 하지만 당신은 알아차릴 거예요. 당신은 특별하니까요.


- 꿈을 꾸는 것은 잘못이 아니죠. 특히 구름이 꾸는 꿈이라면요.


*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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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고백 - 김영민 단문집
김영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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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

: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드립 인간은 분노에 떠는 순간에도 유연하게 몸을 돌려 상대 정신의 빈 곳을 가격한다.'


서문이 가장 흥미롭다. 흔히 '드립'이란 건 기억 속에서 쉽게 잊혀지고 잠깐의 웃음을 유도하는 단어일 뿐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의 글에서 '드립'이 내포하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칼이 아닌 펜으로 사회의 프레임을 꿰뚫는, 그래서 왜인지 더 신경쓰일, 따끔한 비판적 언어. 답답한 현실을 태워버릴 듯한 분노 표출 대신 말로 하는 머리 식히기. 적절한 한 마디만으로 몇 천개, 몇 만개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글들이 떠올랐다. 후킹이 될 만한 카피를 쓰는 것과도 별반 다르지 않겠구나, 생각하며 읽어내려간 글은 각양각색의 무게를 품고 있다. 단문의 오른편마다 적힌 날짜를 보면 저자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쌓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날짜에 담긴 시간이 어떻게 그 글을 쓰게 했는지 생각한다. 그 중 적절한 드립을 찾아 베어무는 건 독자의 몫이다. 마냥 달지도, 시지도 않은 풋사과 조각들.


- 많은 순간이 고통스럽지만, 그간 열심히 고쳐왔다고 생각하던 자기 단점을 다시 발견할 때 특히 그렇다.


-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는 두려움과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는 외로움에 대해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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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지도록 십대를 위한 자존감 수업 8
심규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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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각자가 어떤 악기로든 하나의 곡을 연주할 수 있어야 했는데, 가지각색의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아무것도 연주하지 못했다. 자신감이 없을 뿐 자존감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혼자 시간을 보낼 때면 소리 내어 좋아하는 글을 읽는다. 대사의 경우 멋대로 톤을 바꾸어 읽어본다. 우리는 삶 속에서도 매일매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시낭송에 빠지고, '목소리'라는 단어를 애정하도록 만들었고,  다시 글을 쓰게 해준 사람의 목소리는 다른 이들과 조금 다르다.  


+ 일러스트에 많이 공을 들여주신 게 느껴졌다..ㅠㅠ 숨어있는 이스터에그까지 적잖이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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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 수업 - 느끼는 법을 잊은 당신에게
정여울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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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많은 편이다. 예전에는 워낙 눈물이 많은 탓에 혼나기도 자주 혼났고, 때문에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했다.

지금은 본 책에서 설명하는 '에파누이스망', 저자가 '개성화'라는 단어로도 표현하는 '기쁨의 개화 상태'에 감정을 쏟아내곤 한다.

표지 일러스트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얼굴은 끝없이 다양하게 뻗어나갈 감정의 형태를 말해주는 듯하다.


삶에 대한 사랑을 되찾고 싶을 때마다 작품을 찾았다. 봤던 영화를 또 보고, 사랑하는 책의 구절을 소리내어 읽고, 유튜브 알고리즘 속 새로운 음악을 찾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반복재생한다. 기분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를 때면 지금 느끼는 감정에 대해 무작정 글을 쓴다. 


입시 때는 매일 밤마다 달을 보며 집으로 돌아왔고, 지금도 마음이 답답하면 언제나 하늘을 본다. 내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감정 회복에 이용한 덕분에, 감수성 근육은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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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뒷표지부터 저자의 글에 계속 공감하며 읽어내려갔다. 3부로 나뉘어져있지만 1부가 결국 3부의 내용이기도 하고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감수성을 느끼는 각자의 분야를 확장시키거나 맞닿아 있는 지점을 살펴볼 수 있다. 주로 3부인 '인물과 캐릭터'에 집중해서 읽었다.


- 라푼젤 (250p)

디즈니 공주 중에서 라푼젤을 가장 좋아한다. 영화 자체도 플린은 잘 보이지 않았고 라푼젤의 선택과 행동이 돋보였다. 사랑을 이루는 엔딩이면 어떤가.

사랑이 있든 없든, 공주든 아니든, 라푼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삶을 헤쳐나갈 수 있는 인물이다.  


- 좋은 이웃과 난쏘공 (262p)

'준 만큼 나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을 언젠가부터 하기 시작했다. 서로가 가진 마음의 크기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에야 사랑은 주고받음이 아니라 주는 것뿐임을 그제서야 이해했다. 적어도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해 후회하는 일은 만들지 말자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다정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흔히들 생각하는 감수성은 단순히 강한 F 성향일 텐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도움닫기라고 말하는 이 책의 메시지가 너무나 와닿았다. 이제는 더 이상 혼날 필요가 없다.


+ 최근 감상했던 영화 <소울>과 <어바웃 타임>이 내내 떠올랐던 책이다🎬 인생 속 작품들이 결국 순간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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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김영사 #김영사서포터즈 #감수성수업 #에세이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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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시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3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장희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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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시집』:: 사랑을 바탕으로 국가의 신념을 통찰하다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대립에 대한 사유로부터, 이후에는 사적인 마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공공의 문제를 개인이 가져야 할 신념으로 확장시킨다. 이 모든 것이 세련된 은유와 상징으로 자연스레 드러난다. 대립은 곧 지금의 혐오, 그의 사랑은 곧 타자를 위한 환대로 해석해보니『사람, 장소, 환대』와 『므레모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두껍고 어렵기만 할 거란 첫인상과 달리 스스로 해석해볼 여지가 있는 문장들이 많다. 주석과 해설은 더더욱 쉽게 쓰여져 있어 해석한 내용에 시공간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더할 수 있다. 망연한 고전의 세계가 시대를 넘어선 독자에게까지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만드는 괴테의 글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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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대담하게 투쟁한 자라면 누구든 기꺼이
영웅으로 찬양하고 그 이름을 불러 주리라.
그러나 열기와 추위의 고통을 스스로 겪지 못한 자라면
그 누구도 인간의 가치를 알아볼 수 없는 법이다. (100p)

# 마땅히 밝혀져야 할 사실과 행해져야 할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는 모든 이들이 떠올랐다. 과연 누가 그들에게 함부로 할 수 있는 걸까. 어느 누가 그들에게 잊으라 말하며 순응하라 가르치는 걸까. 누구에게도 시민을 탄압할 권리는 없다.

"행위 속에서는 오류가 언제나 반복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어로써 참된 것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4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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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의 언어가 동방으로부터 많은 것을 듬직하게 받아들인 이 시대에, 그토록 위대하고 아름답고 선량한 것을 수천 년 이래로 우리에게 전해 주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전해 주리라 기대되는 쪽으로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240p)

# 괴테의 문화 상대주의적 관점을 확연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본연의 것을 인정하면서도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과거에도 정립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가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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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어디를 보아도 사랑스러워요.
하지만 시인들의 세상이 가장 아름답네요.
환하게 또는 은빛으로 빛나는 알록달록한 들판에서는
밤이나 낮이나 모든 것이 광채를 말해요.
오늘따라 모든 게 장엄해요. 언제까지나 이대로 머물러 준다면!
저는 오늘 사랑의 안경을 통해 세상을 본답니다. (163p)

# 시인의 세계란 무엇이길래 이토록 광활한 걸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작품을 써내려가야 하는 숙명과 시인으로서의 고찰에 괴테의 유쾌함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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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를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러므로 타자를 참아 내는 능력이라도 길러야 한다, 라고 괴테가 거듭 진술하고 있는 것도 타자 망각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고백하고 있는 것이리라. (491-492p)

# 내 곁을 지나치는 모두가 결국 타자라는 점을 가까운 사람일수록 쉽게 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참아보기 위해 우선 거리를 두는 법을 택했다. 타자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듯, 누군가를 배척하는 일 또한 쉽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시간을 들여 각자의 방법을 정립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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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아요.
사방이 아무리 흐릿해도요. (119p)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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