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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고백 - 김영민 단문집
김영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7월
평점 :
아포리즘
: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드립 인간은 분노에 떠는 순간에도 유연하게 몸을 돌려 상대 정신의 빈 곳을 가격한다.'
서문이 가장 흥미롭다. 흔히 '드립'이란 건 기억 속에서 쉽게 잊혀지고 잠깐의 웃음을 유도하는 단어일 뿐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의 글에서 '드립'이 내포하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칼이 아닌 펜으로 사회의 프레임을 꿰뚫는, 그래서 왜인지 더 신경쓰일, 따끔한 비판적 언어. 답답한 현실을 태워버릴 듯한 분노 표출 대신 말로 하는 머리 식히기. 적절한 한 마디만으로 몇 천개, 몇 만개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글들이 떠올랐다. 후킹이 될 만한 카피를 쓰는 것과도 별반 다르지 않겠구나, 생각하며 읽어내려간 글은 각양각색의 무게를 품고 있다. 단문의 오른편마다 적힌 날짜를 보면 저자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쌓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날짜에 담긴 시간이 어떻게 그 글을 쓰게 했는지 생각한다. 그 중 적절한 드립을 찾아 베어무는 건 독자의 몫이다. 마냥 달지도, 시지도 않은 풋사과 조각들.
- 많은 순간이 고통스럽지만, 그간 열심히 고쳐왔다고 생각하던 자기 단점을 다시 발견할 때 특히 그렇다.
-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는 두려움과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는 외로움에 대해서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