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기억한다 -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베셀 반 데어 콜크 지음, 제효영 옮김, 김현수 감수 / 을유문화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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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기억한다를 읽고

상처는 기억에 잠재되었다가 되살아난다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하면은 세월호 사건이 아닌가 한다. 2014416일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가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인근 바다에서 침몰한 사건이다. 수학여행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해 탑승객 476명 가운데 295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배가 침몰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느 누구도, 배 안에서 생존의 싸움을 하던 그들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었다.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안전불감증이 아닌가 한다. 어떠한 사고에도 대처 할 줄 모르고 수동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교육 아래 아이들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의지를 해 가만히 배 안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어려서부터 재난 대피 훈련을 몸에 익힌다. 책상 아래 몸을 숙이고 질서를 지켜서 대피훈련을 하거나 건물의 설계부터 안전을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인적 재난 상황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삼풍백화점 사고부터 대구 지하철 사고 그리고 세월호까지 우리의 의식 체계와 재난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될 뿐이다. 지금은 일본이 있어서 지진의 영향이 크게 없지만 앞으로 지진의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인적 재난 상황은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러한 연속적인 사건은 인간 외적인 트라우마로 자리한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놓고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가는 경계가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정신질환은 마음의 질병인지 뇌의 질병인지도 모호하다. 의료학적으로는 정상과 이상행동으로 구분한다. 이상행동은 상식적인 기준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비정산적인 행동패턴 또는 부적응적인 행동패턴을 의미한다. 이상행동은 비정상적인 마음과 정신으로부터 생긴다.

마음의 이치가 잘못되어 비정상적이고 부적응적인 행동으로 나타내면 이상행동이 된다. 문자 그대로 마음에 이상이 초래되면 마음장애, 심리에 이상이 초래되면 심리장애, 정신에 이상이 초래되면 정신장애로 표기할 수 있다.

특별한 사람이 정신이상을 겪는 건 아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 방어기제를 발휘하며 상황을 모면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타이르기도 한다. 매일 사건의 연속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일상은 내적·외적 자극들에 대처하고 적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스트레스는 너무 강력하고 충격적이어서 우리의 마음에 극심한 고통과 혼란을 초래하고 심리적 상처를 깊이 남기기도 한다. 이렇게 어떤 충격적인 스트레스 사건에 의해서 입은 심리적 상처가 외상 즉, 트라우마이다.

최근의 사건 중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처참하게 죽이고 치킨을 시켜먹은 부모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트라우마의 단편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작년의 세월호 사건은 아직까지도 우리들의 마음을 멍울지게 한다. 간접적인 경험을 통한 충격 역시 트라우마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트라우마를 직접 겪은 당사자들에게는 충격과 후유증 때문에 부적응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몸은 기억한다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의 사람들은 트라우마로 인해 삶의 뿌리까지 흔들린다. 사례마다 가슴 아프고 잔인하기까지 하다. 내가 겪지 않은 일 그리고 그들도 겪지 말아야 할 일들이 사실 그대로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그러한 사건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트라우마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일상 기능이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한 그들 그대로의 삶으로 돌려보는 것’, 그것이 치료의 근본적인 목적이다.

누구나 그 사람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경우는 없다, 그 누구도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운 존재도 없다. 이야기를 한다는 것과 듣는 다는 것은 흘러가는 강물과 같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듯이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받아들이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뇌는 힘들었던 기억을 세분화해 쪼개서 기억을 한다. 그래서 힘든 일은 더디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트라우마 치료 중 안구운동치료는 치료자의 손짓이나 기계를 보면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것이다. 끔찍한 경험은 뇌의 정보처리 기능을 마비시키는데, 안구운동 신호는 뇌 기억을 재처리해주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이 치료법은 이상심리학에만 적용되는 치료기법이다.

트라우마에 대한 다양한 치료기법이 적용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이다. 리질리언스, 마음의 회복탄력성을 단단하게 지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겪는 사건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바로 보며 객관적으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상처, 우리의 가슴과 기억에 남아서 살면서 반복적으로 되살아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상처를 아프다고 생각 말고 나를 더 단단하게 여며주는 기억의 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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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겪는 일상을 풀어 놓은 이야기가 에세이다. 모닝커피, 지나간 사람들, 비오는 날, 눈 내리는 날 등등 일상의 작은 이야기들이 나의 이야기가 된다.

이 책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30대 후반과 60대 중반에 쓴 같은 이야기이면서 다른 시점. 러시아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작가로서의 삶은 미로 속을 걷는 것과 같았다. 30대의 열정은 만연체의 화려한 문장 속에 녹아든다. 60대의 기억은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문장 안에 스며든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주변을 스케치 하듯이 글을 쓰고 사람들을 소개해 준다. , 작가는 주변의 인물들을 묘사하면서 자신을 투사시킨다. 그가 아낀 스크라빈과 릴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음악과 문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작곡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연주는 달랐다. 작가에게 연주는 스스로에게 무력감을 주고 절대음감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재능은 기적이자 운명인 것으로 여긴다. 고의적이거나 계획된 것, 의도적인 것, 제멋대로인 것은 재능이 아닌 그 무엇도 아닌 것이다. 가장 순수하면서 그 자체로 빛나는 것이 재능이자 스스로를 빛나게 해주는 것이다.

문학은 릴케의 문학처럼 확고한 내용, 의심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 진지한, 의도된 언어를 가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의 문학은 능변, 상투어, 원만한 문구의 세게, 추상화, 자신 이전의 글들의 되풀이를 가진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인위적인 영역이 문학인 것이다.

공자는 인의 마지막을 음악으로 보았다. 즐기고 나눌 수 있는 흥은 인의 종착점이자 누구나 누려야 할 것으로 말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음악은 스스로를 위한 창작 세계이지만 그 누군가와 나누어야 할 순간에는 흥이 아닌 부담감과 압박감으로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다는 것과 누군가를 동경하기 위한 거리감은 노력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결국 스스로가 즐겁게 할 때, 그 즐거움이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시를 쓰고 그 시의 글자 하나, 하나가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랬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은 구절이 있다.

우리가 우는 것은 슬퍼서가 아니라 내면의 감정에 아주 정확한 처절한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라는.

우리가 감명을 받고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그 작품이 주는 내 안의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작품만이 아닌,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깊이감은 내게 미치는 울림의 정도에 있는 것이다. 말도 아닌, 그 사람이 보여주는 행동과 내어주는 마음의 깊이에 따라 내 안의 울림의 깊이도 달라지는 것이다.

시대적 상황, 사람과 상황, 상황과 상황의 안에서 온전한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다. 온전하게 내 안의 떨림을 받아들이고 나를 표현함에 있어서 거짓도 없이 완전하게 풀어 놓을 수 있는 것. 그것은 아마도 작가에게는 글이 아니었을까.

어머니의 발아래 깊은 심연은 무섭고 두렵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발아래에도 깊은 어둠이 있고 그 어둠 아래 또 다른 어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역사도 전쟁의 역사와 맞물려 있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수탈과 약탈에 흔들리던 우리네. 일제강점기나 6.25전쟁 등의 큰 역사적인 사건 아래, 우리의 문학은 어떠했는가. 아프고 찢기고 어긋나고 벗겨지고 없어졌다. 지키지 못한 그네들의 마음의 울림이 참으로 슬프고 가련하게 느껴진다. 그 상황에서 가장 자신을 오롯이 지키는 일이 시인 이상처럼 벽 한가득 글을 쓰는 것이 아니었는지.

지금 우리에게 온전한 자신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넘기 위한 발걸음은 무엇인지 이 책은 끊임없이 묻고 있다.

당신의 떨림은 무엇인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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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도일을 읽는 밤 - 셜록 홈즈로 보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
마이클 더다 지음, 김용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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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세계창작동화집을 읽으며 밤을 샌 적이 있다. 한 여자 아이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아이의 작은 모험담이 상상의 세계처럼 펼쳐져 나의 잠을 빼앗아 갔다. 나는 밤새, 숲 속으로 모험을 떠나는 아이의 둿 모습에 매료되어 잠을 잊었다. 이 책의 저자는 추리소설을 읽기 위한 분위기를 만든다. 가족들이 없는 밤, 미리 준비한 간식과 손전등 그리고 운 좋게 만난 천둥치는 밤을 말이다. 이렇게 완벽한 밤에 홈즈라는 인물을 만나 코난도일의 책과 사랑에 빠진다.

오랜 시간 우리들의 마음을 잡아당기는 책속의 매력적인 인물이 있다. 나에게는 그리스인 조르바조르바가 그러했고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에 나오는 그 남자도 그러했고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뫼르소도 그러했다. 홈즈는 그 인물들 중 단연코 1위가 아닌가 한다. 특히나 영국 BBC드라마로 재구성 된 이후로 그 인기는 더 깊어졌다. , 뒤 챙이 있는 모자를 쓴 초이성적인 홈즈, 언제나 사리분별한 왓슨 박사, 모든 악의 집결지 모리와트 박사의 인물 구조는 홈즈 시리즈를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코난 도일은 의학을 전공했으며 20대부터 단편을 발표하고 소설에서부터 이혼법 개정, 콩고에서 학대 받는 아프리카인들의 고통 등에 관한 글까지 다양한 집필활동을 했다. 50여년에 걸친 집필 기간 동안 21권의 소설과 150편이 넘는 단편까지 상당히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인상적인 여러 캐릭터를 창조하였지만 단연코 돋보이는 인물은 홈즈, 왓슨 그리고 모리아티이다.

소설 속 인물은 사건을 이끌어 나가며 독자와의 공감을 주고받는다. 셜록 홈즈에는 우리 현실에서 있을 법한 혹은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사건이 펼쳐진다. 특정한 인물들을 끌어와 단서와 매치시켜 몽환적이면서도 명쾌한 추리쇼가 된다. 초이성적이고 냉정한 그리고 감정이 없는 셜록은 상황과 순간으로 판단을 내린다. 언제나 친절하고 이웃집 아저씨같이 다정한 왓슨은 셜록의 곁을 지키는 유일한 친구이다. 모리아티는 똑똑하고 지적인 존재이지만 한 순간의 증모를 품고 악의 근원이 된다. 결국, 이 세 인물은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닌 코난 도일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성적이고 감정이 배제된 코난 도일의 이상적인 모습의 셜록과 현실의 코난 도일인 존 왓슨 그리고 악한 모습(어떻게 보면 사건을 창조하는 그 자체)의 코난 도일의 모리아티는 이면서 의 인물이다. 너와 나를 떨어뜨려 놓고 보면 낯선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만나는 일상은, 매 순간이 지금이며 과거이고 나의 도플갱어의 연결고리인 것이다. 또 라른 나와 내가 만나 완벽한 내가 되고 독자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악한 나의 모습을 삽입시켜 놓는다. 그래서 코난 도일은 셜록의 죽음을 만들어 완벽한 나에 대한 경고를 스스로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경고를 하기도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셜록이 죽었지만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완전한, 완벽한 이성은 죽지 않고 끊임없는 창조 안에 존재하며 삶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학문적, 문학적, 종교적 가치인 것이다. 물론 코난 도일은 사건의 창조가 글을 쓰는데 압박으로 작용하여 코난을 죽였다고 했지만 그의 내면에 내재된 세계관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한다.

코난 도일의 셜록을 보면서 나를 거울에 비춰본다.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 그리고 거울을 사이에 둔 나. 우리는 누구나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특별하거나 특별하지 않거나는 그런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린 일이다. 지금, 당신의 모습을 빛나는가. 그렇지 않은가. 스스로를 빛내기 위해서는 좀 더 자신을 사랑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스스로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코난 도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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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다 이야기 을유세계문학전집 66
스노리 스툴루손 지음, 이민용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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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다이야기가 내게 말을 걸다.

 

에다 이야기는 게르만 신화 이야기이다. 우리가 접한 그리스·로마 신화와 다르게 게르만 신화는 웅장하고 크고 박진감이 넘친다. 아마도 게르만 민족의 성향이 묻어나서 그런 게 아닌가 한다. 이 책의 오딘과 토르 이야기를 흥미진지하다. 만물의 아버지인 오딘과 모든 신과 인간 중에서 가장 강한 토르.

특히, 토르라는 인물이 영화에서 많이 등장해서 친숙하고 익숙했다. 망치를 든 토르, 그 망치를 들기 위해서는 장갑을 껴야 한다. 그리고 파워 허리띠까지 차야 비로소 토르의 힘의 근원이 생기는 것이다.

책의 도입부에 방문자가 더 현명하지 않으면 거기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란 말이 나온다. 우리는 어떤 상황이든지 그 상황만 보고는 판단하면 안 된다. 그 상활이나 일의 이면을 보고 두로 보고 넓게 볼 수 있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는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책의 내용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 안의 진정한 의미는 눈앞에 두고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은 토르가 자기 자신과 겨루는 대목이다. 힘으로도 그 어떤 것으로도 스스로를 마주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이긴다는 것은 싸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바로 보는 것이다. 내가 나를 위기기 위해 나의 존재조차 망각하다보면 결국 싸움은 싸움으로 끝나고 만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들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은 그 사람의 이면을 바로 보고 지켜봐 주고 이해해주며 공감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시간에 되는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책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 스스로를 이해하고 바라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에다이야기에서의 게르만 신화는 영적인 지혜가 담긴 이야기라고 한다. 영적인 것이라는 것은 대지에서 불타서 재가 되어도 죽지 않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그러나 영적인 지혜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겹겹이 쌓이는 것이다. 그것이 책일 수도 있고 업적일 수도 있고 이름일 수도 있다.

우리는 오딘과 토르 같은 존재가 아니지만 그네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삶을 누린다. 이 삶은 시간도 생명의 길이도 아닌 살아 있는 존재인 것이다. 삶에서 존재한다는 것은 나를 얼마만큼 알고 나아가는 것이다. 오딘이 끊임없이 여행을 하는 것처럼 우리도 삶의 긴 여정을 따라 나아간다. 마치 우리네 삶은 순례자의 길과 같은 것이다. 황폐한 자연에 내던져져 낮과 밤의 깊이만큼 걷고 먹고 잠을 자며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진다. 이 물음의 답은 이미 내 안에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묻고 걷는다. 그 대답이 정답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묻고 답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순례자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수행하다보면 영적인 지혜가 된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딘의 여행길에 동반자로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토르처럼 힘으로 제압을 하거나 싸우는 일도 생길 수 있다. 비다르처럼 침묵할 때도 로키처럼 중상모략을 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에다이야기는 게르만신화이면서도 우리의 이야기가 축소되어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가 한다. 책장을 덮고 나서, 흥미진진한 영화 한편을 본 것처럼 재미있고 그 재미 뒤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에 반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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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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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그러나 영원히 기억될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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