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농밀함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어쩌면 매일같이 당연하게 하고 있는 일들마저도 실은 마땅히 해야 하거나 혹은 기꺼이 그러고 싶으므로 그러는 것들이다. 누군가가 늘 그랬듯 지금 내 곁에 머물러 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략)
우린 모두 지금이 아니면 닿을 수 없는 사람이고 마음일 수 있기에 서로가 긴밀히 이어져 있는 동안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해 줄 애씀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건 솔직한 게 가장 강하다는 거다.
이 책은 거창한 해답을 건네기보다
우리가 미처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조용히 꺼내 보여준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괜찮지 않았던 날,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던 날,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유난히 간절했던 날.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치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은 문장을 만나게 된다.
“나도 이런 말을 듣고 싶었구나.”
그제야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우리는 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괜찮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때로는 노력보다 먼저
“많이 힘들었지.”
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닐까.
이 책이 좋았던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무언가를 더 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조금 더 강해지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의 나를 잠시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묻는다.
“정말 괜찮아?”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괜찮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지쳤고,
힘들다고 말하기에는 또 그렇게까지 무너진 것도 아니었다.
아마 우리의 마음은 늘 그런 중간 어딘가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괜찮은 날과 힘든 날 사이.
웃는 마음과 울고 싶은 마음 사이.
그래서 이 책은 특별한 사건이 있는 사람보다
평범한 하루를 잘 버텨내고 있는 사람에게 더 오래 남을 책처럼 느껴졌다.
오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문득 마음이 허전하다면,
혹은 이유 없이 위로받고 싶은 날이라면
잠시 이 책의 문장들 곁에 머물러도 좋겠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을 테니까.
“잘하고 있어.”
“괜찮아.”
“네 마음도 소중해.”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말을 나 자신에게 건네고 싶어진다.
“많이 애썼어.
이제 조금 쉬어도 괜찮아.”
책을 덮고 나서
좋은 책은 읽는 동안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책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생각나게 한다.
『이런 말을 듣고 싶었나보다』가 내게 그랬다.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어쩌면 이제는 내가 나에게 먼저 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낸 나에게.
“수고했어.
정말 잘 버텨냈어.”
그 말을 조용히 건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