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외로움'이었다
『박피』를 읽으면서 계속 마음에 남았던 단어는
의외로 외로움이었다.
AI 리얼돌이라는 소재는 굉장히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 한 사람의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상처받을 수 있다.
거절당할 수도 있고,
내 마음이 상대에게 닿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사랑과 상대가 원하는 사랑이 다를 수도 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나를 완벽하게 이해해주는 존재를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상대와의 관계를 과연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책은 이 질문을 쉽게 답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읽는 사람에게 조용히 돌려준다.
"당신이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정말 사랑인가요?"
🪞 아름다움의 기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성형외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우리는 끊임없이 더 예뻐지고 싶어 하고,
더 젊어 보이고 싶어 하고,
더 완벽해 보이고 싶어 한다.
SNS 속 사진들은 점점 더 매끈해지고
AI 기술은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점점 흐릿하게 만든다.
그런 세상에서
'완벽함'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박피』는 K-뷰티와 미의 기준, 성형 산업을 비롯해 첨단 기술과 인간의 욕망을 한데 엮어 현대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바라본다.
특히 외국인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작가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는 한국에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생활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한다.
익숙해서 그냥 지나쳤던 우리의 일상을 조금 낯선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처럼 느껴졌다.
🌙 피부 아래에 숨겨진 것들
책을 읽고 나니 제목 '박피'가 계속 생각났다.
껍질을 벗겨낸다는 것은
어쩌면 아름답지 않은 것을 마주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상처도 있고,
욕망도 있고,
두려움도 있고,
외로움도 있다.
우리는 평소 그런 것들을 감추고 살아간다.
괜찮은 척하고,
행복한 척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하지만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고 나면
결국 그 안에 있는 것은 아주 인간적인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단순한 SF나 자극적인 심리 스릴러로만 읽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마지막에는 이런 생각이 남았다.
사람은 완벽해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하기 때문에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아닐까.
이 책은 단순히 술술 읽고 끝나는 소설보다는
책을 덮은 뒤에도 질문이 오래 남는 작품을 좋아한다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 『박피』를 읽고
처음에는 제목이 낯설었는데
책을 덮고 나니 오히려 제목만큼 강렬하게 남는 소설이었다.
사람의 피부를 벗겨내듯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표면을 벗겨내고,
그 아래 숨어 있는 욕망과 외로움, 불안과 사랑을 들여다보는 이야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의 외로움까지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는 존재가 나타난다면
그것을 우리는 정말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박피』는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이런 질문들을 오래 남긴다.
어쩌면 좋은 소설이란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 더 오래 생각나는 책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