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작은 사회 1
금봉 지음 / 냉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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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읽고 나서 이야기가 남고,

어떤 책은 읽고 나서 내 기억이 남는다.

금봉 작가의 『안녕, 나의 작은 사회』는 내게 그런 책이었다.

표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참 조용한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연한 초록색과 하늘색 표지, 작은 집과 꽃 그림.

크게 무언가를 말하지 않는데도 왠지 오래전 기억 속에 있던 어느 집 한 채가 떠오르는 듯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알게 됐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작은 사회’는 어쩌면 거창한 사회가 아니라 내가 처음 세상을 배웠던 가장 작은 공간, 가족과 그 주변의 세계가 아닐까.

『안녕, 나의 작은 사회』는 금봉 작가의 소설이다.

금봉 작가는 관계 속에서 빚어진 상처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가로 소개된다.

이 소설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았던 건 어린 시절을 아주 특별한 추억으로만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린 시절은 누구에게나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니까.

누군가는 가족의 사랑을 충분히 받았다고 기억하지만,

또 누군가는 가족 안에서 비교당했던 순간이나 이해받지 못했던 마음을 오래 품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는 그게 왜 그렇게 아팠는지조차 모른 채 지나간다.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된 뒤에야 그때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조금씩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관계와 마음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소설 '안녕 나의 작은 사회'

공부잘하는 언니,남동생을 둔 둘째 딸 '우재'의 이야기이다.

평범했던 부모님들 사이에서 세 남매에게 어느날 재산을 탕진하고 등장한 할아버지로 부터 고난이 시작된다.

둘째 딸 우재의 무관심..

주인공 우재의 7세부터 25세까지의 인생이야기이다.

나누고 싶은 문장

 

p31~

우리의 첫 사회가 시작된 집은 저지대 마을이었다.(중략) 올해 내린 비의 양은 우리마을을 순식간에 덮쳐버렸다. (중략) 이곳의 공동체는 다른 곳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아주 독특할 정도로 서로 간의 신뢰 우정이 고리가 또 고리로 연결되어 끈끈했다.

(중략) 나의 아빠는 커다란 스티로폼을 타고 긴 나무를 듵고 노를 저어가며 사람들을 구했고 또 동물들을 구했다.

아, 정말 멋지지 않은가? 나의 아빠는 이런 사람이었다.

p54

그렇게 할아버지와 우린 함께 살게 되었다

그날 아빠는 퇴근 후, 그 무지막지한 권력과 용기를 가진 남자의 모습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지고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다. 물론 꼴깍, 한잔을 위해 아니, 몇병을 마시러.

그렇거 엄마는 더 많은 양의 반찬과 밥을 해야 했고, 대충, 점심을 때우는 날들은 사라지고 늘 제대로 챙겨줘야 하는 할아버지 때문에 미간에 마치 상처처럼 내 천 자가 선명했다.

그래 맞다. 그 자국은 상처였다.

p117

어른들은 정말 멋대로다. 우리의 고난은 생각해 주지도 않는 아주 고약한 나쁜 어른들. 어른들의 이별은 그렇게 아파서 끙끙거리고 술을 찾으면서, 우리들의 이별은 그저 감내해 내야하는것이라니, 아, 내 인생은 쓴맛이 너무도 많다.

p117~118

나는 엄마가 화날 때마다, 또는 슬픈 일이 일어날 때마다, 심장을 치며 말하는 모습과 같이 나는 심장을 주먹으로 치며 말했다.(중략)

난 엄마가 왜, 그럴 때마다 애꿎은 심장을 그렇게 주먹으로 쳤는지 이제야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이런 통증이라니. 그 때 엄마가 그렇게 슬프고 힘들었단 말인가. 난 엄마가, 그리고 내가 불쌍했다.

난 정확히 눈치채고 말았다. 엄마는 내 미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았았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다. 우성과 우정에게 넘치는 정성을 쏟고 발이 보이지 않게

뛰어다녔던 엄마가 맞는 건가?

왜 내게는 이렇게 느린 발과 여유를 보여주는 건지 모르겠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포기한다는 것, 그건 부모라는 자리와 맞는 개념의 이야기일까?

어른들은 모른다 돈도 벌지 않은 내가 돈이 필요할 때마다 머리를 긁적이며 얼굴을 붉히며 마치 받으면 안 되는 돈을 달라는 것같은 나우 심정이 어떨지 아예 모른다. 그럴 때마다 난 정말 엄마의 딸 인게 싫었다.

 

생각해보니 내 곁에 모든 사람은 티 나지 않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친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나에 대한 사랑 또는 애정이 부족하다는 나를 툴툴거리지만, 정말 그랬던 것 같다.

그들은 항상 나를 생각했다. 나는 그것을 알면서 모른 척. 반항하고 분노했다. 붙잡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것만큼, 외면 말고 붙잡아야 했다.

"우재야, 네 곁에는 늘 우리가 있었어!"

어린 시절의 ‘작은 사회’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나의 어린 시절도 떠올랐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절,

텔레비전 앞에 모여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과 골목을 돌아다니며 놀던 시간들.

그 시절에는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

내가 만나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내가 알고 있는 세상도 지금보다 좁았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그 작은 세상이 전부였다.

가족이 세상의 중심이었고,

부모의 말 한마디가 세상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사소한 말과 행동이

생각보다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작은 사회’ 안에서 자라난 한 사람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가족은 가장 가까워서 더 아픈 관계

가족이라는 관계는 참 이상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면서

가장 쉽게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가족이라서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가족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러다 기대가 어긋나면 상처도 더 깊어진다.

『안녕, 나의 작은 사회』를 읽으면서

가족 안에서 생겨난 감정들은 시간이 지난다고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 다른 사람인데도

그때 느꼈던 서운함과 외로움, 기쁨과 사랑은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있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때의 나를 잊는 것이 아니라

그 어린 나를 조금씩 이해해주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자꾸 나를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내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왜 그렇게 속상했을까?’

‘그 사람은 그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책장을 넘길수록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감정들이 오히려 오래 남았다.

사람은 결국 관계 속에서 자라고

그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또 다른 관계 속에서 조금씩 회복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안녕, 나의 작은 사회』라는 제목이 오래 남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 속 ‘안녕’이라는 말이 다르게 느껴졌다.

단순한 작별 인사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나에게 건네는 인사처럼 느껴졌다.

‘잘 지냈니?’

‘많이 힘들었지?’

‘이제는 내가 너를 조금 이해해줄게.’

어쩌면 우리는 어른이 된 후에도

마음 한구석에 어린 시절의 나를 데리고 살아가는 것 같다.

괜찮은 척하면서도 여전히 서운하고,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가끔 마음이 아프고,

별것 아닌 기억 하나에 갑자기 그 시절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이야기가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안녕, 나의 작은 사회』는

읽고 나서 ‘재미있었다’라는 말만으로는 조금 부족한 책이었다.

오히려 책을 덮고 난 뒤

내가 지나온 시간과 사람들을 천천히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던 순간들.

그 모든 관계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누구나 아주 작은 사회에서 시작한다.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

친구라는 작은 사회,

학교와 동네라는 작은 사회.

그 안에서 사랑받는 법도 배우고

상처받는 법도 배우고

사람을 이해하는 법도 조금씩 배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내가

또 다른 사람들과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안녕, 나의 작은 사회』는

결국 ‘사람은 어떻게 한 사람의 어른이 되어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그리운 사람에게도,

가족과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보는 한국소설을 찾는 사람에게도 한 번쯤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덮고 한동안 생각했다.

나의 작은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자라난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안녕, 나의 작은 사회』는

그 질문을 조용히 남겨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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