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쓸 권리 - 아티스트 웨이 글쓰기 철학
줄리아 캐머런 지음, 박성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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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이상하게 손이 멈출 때가 있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다.

‘이렇게 써도 괜찮을까?’

‘사람들이 읽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좀 더 잘 써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처음의 솔직한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문장만 남는다.

줄리아 캐머런의 『나를 위해 쓸 권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하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글을 못 쓰는 이유가 반드시 글쓰기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잘 써야 한다는 강박, 자기검열, 타인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참 좋았다.

‘나를 위해 쓸 권리.’

글쓰기를 잘해야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아니라, 애초에 누구에게나 있는 권리라고 말해주는 제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글을 쓰는 것조차 어려워졌을까?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글쓰기는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웠던 것 같다.

일기를 쓰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적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공책 한쪽에 낙서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글에는 자꾸 목적이 붙는다.

잘 써야 하고,

논리적이어야 하고,

문법도 맞아야 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하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좋아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가 어느 순간부터 자유로운 표현이 아니라 평가받는 일이 되어버린다.

『나를 위해 쓸 권리』는 이런 생각을 하나씩 내려놓게 한다.

출간을 해야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유명해져야 글을 쓸 자격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쓰고 싶다면 쓰면 된다.

그 단순한 사실을 다시 알려주는 책이다.

“잘 쓰는 것”보다 “쓰는 것”이 먼저다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좋은 글을 쓰려는 욕심이 오히려 글쓰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멋진 문장을 쓰려고 한다.

첫 문장부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것 같고, 남들과 다른 표현을 사용해야 할 것 같고, 어딘가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빈 화면만 오래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글쓰기는 그렇게 시작할 필요가 없다.

엉성해도 되고,

별것 아닌 이야기를 써도 되고,

오늘 있었던 일을 그냥 적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밖으로 꺼내는 것이다.

저자는 글이 지나치게 잘 쓰여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쓰는 태도를 강조한다. 책 속에서도 글쓰기를 편안한 잠옷에 비유하며, 지나치게 애쓰지 않을 때 오히려 글이 잘 써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나쁜 글을 써도 괜찮다는 것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위로가 되었던 생각은 이것이다

“나쁜 글을 써도 된다.”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우리는 글을 쓸 때 이것을 쉽게 잊는다.

처음부터 좋은 글만 쓰려고 한다.

하지만 운동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 바로 선수처럼 잘할 수 없는 것처럼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엉성한 글도 써보고,

지루한 글도 써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글도 써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자기만의 문장이 생긴다.

결국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수많은 글을 써봐야 한다.

완벽주의가 글쓰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가로막고 있다면, 오히려 ‘잘 쓰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글쓰기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

이 책을 단순한 ‘글쓰기 방법 책’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아쉽다.

오히려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다 보면 평소에는 몰랐던 내 마음이 드러날 때가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

어떤 순간에 행복한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누군가에게 말하기 어려웠던 생각도 종이 위에서는 이상하게 솔직해진다.

그래서 글쓰기는 기록이면서 동시에 자기 탐색이 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다.

우리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살아가기 위해 쓸 수 있다.

‘아티스트 웨이’를 좋아했다면 더 반가운 책

줄리아 캐머런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사람도 있겠지만, 『아티스트 웨이』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이 더욱 반가울 것 같다.

『아티스트 웨이』는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 등을 통해 막혀 있던 창조성을 회복하는 방법을 제안한 책이다.

『나를 위해 쓸 권리』는 그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우리는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한다.

즉 글쓰기의 기술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생각을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뿐 아니라

‘나는 왜 쓰고 싶은데도 쓰지 못할까?’

라는 고민을 가진 사람에게 더 잘 맞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글쓰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재능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글쓰기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문장력이나 표현력에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는 데 필요한 것은 완벽한 문장력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우리를 막는 것은

“잘해야 한다”는 생각 일지도 모른다.

잘 써야 한다.

특별해야 한다.

독창적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좋아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커질수록 글을 시작하기는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 책은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책이라기보다 글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결국 내가 쓰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책을 덮고 나서 이런 질문이 남았다.

“나는 무엇을 위해 쓰고 있을까?”

조회수를 위해서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내가 경험한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배운 것,

그리고 내가 살아가면서 느낀 것.

그것들을 기록하는 것 자체에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누군가가 읽어주지 않아도,

유명해지지 않아도,

책으로 출간되지 않아도.

내가 나를 위해 쓴 글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문장이 오래 남았다.

『나를 위해 쓸 권리』는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글을 써도 된다고 허락해주는 책이었다.

꼭 작가가 아니어도 된다

출간할 필요도 없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필요도 없다.

그저 쓰고 싶다면 쓰면 된다.

오늘 있었던 일을 기록해도 되고,

내 마음을 적어도 되고,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생각을 끄적여도 된다.

그렇게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잘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글쓰기의 가장 큰 힘일 것이다.

잘 쓰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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