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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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잠』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하필 그루잠일까?'였다.

제목만으로도 포근하고 잔잔한 이야기를 떠올렸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예상은 조금씩 빗나가기 시작했다.

푹푹 찌는 여름, 무더위 때문에 아무것도 하기 싫던 날 우연히 펼친 이 책은 더위를 잠시 잊게 만들 만큼 몰입감이 있었다. 한 장, 두 장 넘길수록 현실과 꿈,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분위기에 빠져들었고,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고 있었다.

p6

무엇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그동안 알고 있던 것들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각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조차 없었다.

첫문장부터 호기심이 불러일으킨다.

무언가 잘못되엇다니..

경겨가 흐릿해지고,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른다니,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일러스트를 보고 글을 보니 더 흥미로워졌다

무슨 내용일까? 기대도 되고..

1955년 11월 초

가을의 끝,

p90

그루잠이라는 단어가 있다.

잠시 깼다가, 이윽고 다시 잠에 빠지는 상태.

엄마는 아빠를 만날 때마다 전날 그루잠을 잤다고 적어 두곤 했다.


그루잠이 궁금했는데..

그루잠이 깼다가 다시 잠에 빠지는 상태의 잠이란걸 알았다.

사람을 만날때마다 그루잠을 잤다니!

설레였을까? 불편해서였을까?

p117

비어 있는 건 언제나 나였다.

나는 늘 무언가를 채우려 하고 있었다.

비어 있던 엄마의 빈자리도,

아빠의 사랑도,

친구도,

나는 언제나 원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애초에 아무것도 없는 거였다면,

그리워할 필요조차도 없었을 테니까.

어쩌면, 비어 있다는 건 결국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는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비어 있다는 건 결국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는 걸지도 모른다.

p119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다.

사방이 막힌 공간이 마음을 가라앉히는 때도 있고,

반대로 아무 정보도 없는 낯선 곳으로 떠나 있을 때 비슷한 안정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래서 여행이 좋았다.

『그루잠』은 책을 덮고 나서야 비로소 제목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되는 소설이었다.

'그루잠'은 한 번 깼다가 다시 드는 잠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그 이름처럼 이 작품 역시 현실과 꿈, 기억과 진실의 경계를 조용히 넘나든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주인공 윤설은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들을 마주하며 자신의 기억과 세상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작은 복선들이 하나씩 쌓이며 독자를 자연스럽게 마지막까지 이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빈틈처럼 남겨진 문장들은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마지막 장을 덮은 뒤에는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화려한 반전보다 감정의 여운이 오래 남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작품이다. 기억은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내가 보고 있는 현실은 정말 진실인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순간보다 읽은 뒤 더 깊어지는 이야기였다.

잔잔하지만 묵직한 문장, 현실과 판타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분위기,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몰입감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한동안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그루잠』을 추천하고 싶다. 가끔은 한 권의 책이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남길 때가 있는데, 이 작품이 바로 그런 책이었다.

제목이 주는 따뜻한 인상과는 또 다른 긴장감이 숨어 있는 『그루잠』. 올여름 시원한 몰입감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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