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우붓 사우나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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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발리 우붓을 떠올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푸른 자연과 여유로운 풍경이 가득한 그곳. 하지만 『발리 우붓 사우나』는 단순히 아름다운 발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인생이 무너진 한 가족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주인공 가족은 발리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가진 것을 거의 잃은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처럼 사우나를 인수하게 되고,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사우나를 운영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쉽지 않다. 손님을 맞이하고, 직원들과 부딪히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하루하루를 버텨 나간다.

책을 읽다 보면 사우나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드는 작은 세상처럼 느껴진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외로움을 견디는 사람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사우나라는 공간 안에서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 간다.

p250

"우리는 소속감을 느끼고 서로를 의지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더 잘나간다고 속상할 필요가 없습니다. 위만 쳐다보면 미래는 없죠. 앞을 직시하고 서로 의지하면서 소속감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잠시 힘든 것이라고 생각해야죠."


우리는 흔히 행복을 성공이나 성취에서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나는 왜 저만큼 가지 못했을까" 하고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문장은 시선을 경쟁이 아닌 관계로 돌린다. 누군가보다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갈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삶을 버티게 한다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특히 "위만 쳐다보면 미래는 없죠" 라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비교는 끝이 없고, 항상 나보다 더 성공한 사람은 존재한다. 그런 시선에만 머물러 있으면 현재의 소중한 사람들과 내가 가진 것들을 놓치게 된다. 반면 앞을 직시하고 서로 의지한다는 것은 지금의 어려움을 함께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가라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

p278

점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사우나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던 고객들이 속속들이 나타났다.

몸의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햐 탈이 나면서 아픈데를 치유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사우나 가족들은 늘어난 손님에 미소를 짓고 묵묵히 일해 나갔다.


계절이 바뀌며 사람들이 몸을 치유하기 위해 사우나를 찾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상처와 피로를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사우나는 몸을 데우는 공간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사람들의 지친 마음까지 따뜻하게 품어주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p308

윤서는 예전에 읽었던 톨스토이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떠올렸다. 부모를 잃은 쌍둥이 아기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였다.

신슨 인간에게 외로움과 고됨을 감당하라고 하겠지만, 윤서는 안다. 그것이 결코 가볍게 견딜 수 있는 일이 아니리는 것을.

요즘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버티기 위해 관계를 줄이고, 혼자 살아가는 길을 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윤서는 고난 속에서도 작은 기쁨은 분명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기쁨은 가족들, 친구들, 직장 동료들과 반목과 화합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여겨졌다.

누군가 말했듯, 인생은 작은 노력들이 쌓여 만들어진다. 수많은 실수와 노력들이 합쳐져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이고 노력하고 있는 증거다.


우리는 종종 성공한 결과만 바라보지만, 사실 성공은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실패와 시행착오를 견디며 계속 걸어간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완벽함을 요구하기보다,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애쓰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응원처럼 느껴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가족의 모습이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 사업이 무너질 수도 있고, 계획했던 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실패를 특별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를 붙잡고 버티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진짜 위로를 건넨다.

읽는 내내 웃음이 나는 장면도 많았지만, 문득 마음이 뭉클해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화려한 성공담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은 결국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발리 우붓 사우나』는 거창한 교훈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한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마치 따뜻한 사우나에서 몸을 녹인 뒤 나온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포근해진다.

요즘처럼 지치고 힘든 날들이 이어질 때, 가볍게 읽으면서도 깊은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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