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첫사랑 감독일지 - 변윤제 장편소설
변윤제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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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문득 부모님의 젊은 날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언제나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존재했던 사람이 사실은 누군가를 사랑했고, 설레었고, 아파했던 한 사람의 청춘이었다는 걸 잊고 살아가게 되니까요.

《엄마의 첫사랑 감독일지》는 그런 마음을 조용히 건드리는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한 장씩 넘기는 기분이 들었다.

화려하거나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진심처럼 느껴졌고, 담담하게 이어지는 문장들 속에서 오히려 깊은 감정이 전해졌다.

엄마의 첫사랑 감독일지 는 미래에서 온 딸이 엄마의 첫사랑을 이어주기 위해 과거로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청소년 시간여행 로맨스야.

비가 오던 여름이었다.

윤서는 오래된 캠코더를 발견했다. 먼지가 잔뜩 쌓인 박스 안에는 테이프 몇 개와 함께 낡은 메모장이 들어 있었다. 메모장 첫 장에는 엄마의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스무 살 여름. 그 애를 처음 좋아하게 된 날.”

윤서는 장난처럼 캠코더를 틀었다. 화면 속에는 지금보다 훨씬 어린 엄마가 있었다. 교복 차림에, 어설픈 단발머리, 그리고 카메라 뒤에서 웃고 있는 한 남학생. 영상은 흔들렸고 화질도 흐렸지만 이상하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이 사람… 누구지?”

그날 밤, 윤서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낯선 버스 정류장, 오래된 간판들, 버튼식 휴대폰을 들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교복 입은 어린 엄마가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너… 누구야?”

윤서는 말을 잃었다. 믿을 수 없게도 그곳은 엄마의 과거였다.

처음엔 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엄마는 밝게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외로워 보였다. 그리고 윤서는 곧 알게 되었다. 엄마는 결국 첫사랑과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그 여름 이후로 오랫동안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못했다는 것도.

윤서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지금의 엄마는 늘 무덤덤했다. 가족사진 속에서도 어딘가 슬퍼 보였다. 윤서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엄마에게도 자신처럼 서툴고 아픈 청춘이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윤서는 어린 엄마의 곁에 머물며 조금씩 과거를 바꾸기 시작했다. 일부러 첫사랑과 마주치게 만들고, 엇갈린 약속을 이어주고,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대신 전하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과거는 쉽게 변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늦게 도착했고, 누군가는 끝내 진심을 말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윤서는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사람의 인생은 거창한 사건보다도, 사소한 망설임 하나로 달라진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날, 엄마가 물었다.

“넌 왜 이렇게까지 날 도와줘?”

윤서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창밖에서는 여름비가 천천히 내리고 있었다.

“그냥…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 순간 어린 엄마는 처음으로 울었다.

윤서는 그 눈물을 보며 깨달았다. 자신이 바꾸고 싶었던 건 엄마의 첫사랑이 아니라, 엄마의 잃어버린 웃음이었다는 걸.

여름은 끝나가고 있었다.

윤서는 언젠가 다시 현재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설령 미래가 완전히 바뀌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순간만큼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마지막 날, 엄마의 첫사랑이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나중에도 꼭 다시 만나자.”

녹화 화면이 천천히 멈췄다.

윤서는 눈물을 훔친 뒤 조용히 재생 버튼을 껐다.

처음에는 황당하게 여기던 다현도, 자신의 취향과 비밀까지 모두 알고 있는 차연의 말을 점점 믿게 되고, 둘은 함께 “첫사랑 작전”을 펼친다. 학교생활, 친구 관계, 시험지 유출 사건 같은 현실적인 고민 속에서 다현은 사랑과 선택, 그리고 미래를 바꾸는 책임의 무게를 마주하게 된다

특히 가장 좋았던 건 사랑을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 뜨겁고 드라마틱한 사랑보다도, 시간이 지나도 마음 한편에 오래 남아 있는 기억 같은 사랑.

그래서 읽는 내내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엄마의 이야기 같기도 했다.

책 속에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도 있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도 담겨 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엄마가 되기도 하며 그렇게 시간을 지나간다는 사실이 괜히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읽고 나니 엄마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말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 역시 지금의 순간들을 소중히 기억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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