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툭, 말을 걸었다
이해일 지음 / 좋은땅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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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툭, 말을 걸었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책이 나를 응원하고 나의 하루에 말을 걸어주는 것 같았다.

하루는 매일 비슷한 날들이 찾아오지만,

마음의 온도는 결코 같은 날이 없다.

어떤 날은 버텨낸 나를 칭찬하고 싶다가도,

또 어떤 날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하루를 조용히 흘려보낼 때도 있다.

『하루가 툭 말을 걸었다』는

그런 ‘흔들리는 마음의 틈’을 아주 조심스럽게 어루만져주는 책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손편지처럼 느리게,

그리고 따뜻하게 건네진다.

마치

“괜찮아, 오늘도 여기까지 온 너면 충분해”

하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책 속 문장들은 크게 소리 내어 말하지 않지만,

대신 오래 남는다.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의 솔직한 모습—

지친 것, 서운한 것, 놓고 싶은 것, 다시 잡고 싶은 것—을

독자가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게 작게 등을 떠밀어준다.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군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빙판 위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겨우 균형을 잡고 있는 사람에게 어깨에 손을 얹어주는 그런 조용한 배려 같은 문장들이다.

p11

한잔의 이유

술이 마이고 싶다는 건,

단지 술이 당긴다는 말이 아니야.

(중략)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는 건,

그 술 너머에 있는 사람, 온기,

그리고 잊고 지낸 나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것.

p18~19

언젠가는

가수 이상은의 노래 <언젠가는> 첫 소절에는 이런 '가사가 흐른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돌아보면 추억과 낭만은 언제나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그 시절에는 그저 스쳐 지나갔던 일상이. 세월이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눈부신 장면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중략)

그렇게, 오늘의 이 나날들도 엔젠가는 그리움이 되어 내 마음을 적시고 있지는 않을까? 그리움은 언제나 지나간 날의 다른 이름일 뿐이니까.

먼저 손에서 놓이는 것들이 있고,

끝까지 손에 남아 망설이게 되는 것들이 있다.

마음속 저울이 기우는 순간을 느낀다.

추억에도 버려지는 우선순위가 있구나

《하루가 툭, 말을 걸었다》 우선순위 중에서 p29

p33

Replay

어느 날 문득,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젖는 순간이 있다.

(중략)

시간은 앞으로만 흐르는 듯 보이지만, 마음속 어떤 조용한 곳에서는 그 흐름이 되감기듯 돌아오기도 한다. 그곳엔 말없이 스쳐 간 순간들과 미처 다 쓰지 못한 마음의 문장이 아직도 고요히 머물고 있다.

(중략)

기억은 때로, 물빚 그림자처럼 조용히 내려와 마음을 적신다.

글 아래 QR을 찍으면,

글과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으면 글 속에 나도 모르게 집중해 빠져들게 된다.

행복과 외로움은 그렇게 엇갈리며,

누구에게나 동시에 머무는 감정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삶이란,

행복과 외로움을 저울질하기보다

그 두 감정을 함께 품고 걸서가는 일 아닐까.

《하루가 툭, 말을 걸었다》 겨울 저녁의 두 풍경 중에서 p176

'괜찮아, 오늘은 그냥 이대로 있어도 돼.'

'그동안 충분히 잘해 왔어'

커피 한 모금을 삼키며,

잔의 온기가 손끝을 따라 번진다.

위로란 어쩌면 새로운 힘을 내는 게 아니라,

식지 않은 온기를 잠시 품어 두는 일이다.

《하루가 툭, 말을 걸었다》 위로 p188

삶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판단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판단의 바닥엔

늘 한 가지 질문이 흐르고 있다.

나는 지금,

무엇으로 보고 있는가?

경험인가, 편견인가. 지혜인가,

익숙함이라는 이름의 무지일까?

《하루가 툭, 말을 걸었다》 시선의 두 얼굴 중에서 p210

안녕!

만났을 때 들으면 참 반가운 말.

(중략)

같은 두 글자인데

어느 날은 시작이 되고,

어느 날은 끝이 된다.

안녕!

'하루야! 안녕?'

이라 말 걸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진다.

오늘 하루가 길고, 마음이 조금 무거웠던 사람에게

이 책은 큰 설명 없이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

위로가 말이 많을 필요는 없다는 걸 다시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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