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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독서 - 안나 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학의 빛나는 장면들
시로군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1월
평점 :
안나 카레니나에서 버지니아 울프까지,
문학의 빛나는 장면들
오직, 책 읽기 15년!
독서모임진행자 시로군 독서 노트
막막한 독서
시로군 지음 | 북루덴스
진실하고 단호한 박치기
p20~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데스
《돈키호테》(1605) 수수께끼 같은 소설이다.
내용도 종잡을 수 없고 돈기호테의 모험이 주를 이루는 줄 알았더니 다른 이야기들이 끼어든다.
돈키호테는 뭔가를 계속 악당이나 괴물로 오인하고 괴물을 퇴치하겠다며 막무가내로 돌진한다. 그러나 현실에 괴물은 없기 때문에 그가 실제로 저지르는 일은 기물파손이거나 애꿎은 사람 때리기다. 그가 이렇게 악당과 괴물 퇴치에 몰두하는 이유는 '공훈'을 세워 '기사'가 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악당도, 괴물도. 기사도, 기사의 공훈을 인정해 줄 권위도, 공주와의 로맨스도 책 속에 존재할 뿐 현실에는 없다. 돈키호테는 책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책 속에 빠져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사람이다.
내가 하는 이 모든 일이 속임수가 아니라
매우 진실한 것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돈키호테 중에서
《돈키호테 》를 읽다보먼 서술자가 자꾸 등장해서 자기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진실된 역사'라 강조하곤 한다. 《돈키호테》는 사실에 기반한 역사서가 전혀 아니며 꾸며낸 이야기가 맞다
왜? 작가가 진실된 역사라고 강조했을까?
꾸며낸 이야기지만 그런 소설에도 얼마든지 사실성과 진실성을 담아낼 수 있다는 의도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돈키호테》 이야기 중에서 '무모한 호기심 이야기'와 '포로와 무어 여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무모한 호기심 이야기'는 꾸며낸 이야기이고, '포로와 무어 여인의 이아기'는 진짜 있었던 전쟁이 배경인 역사 논픽션이지만, 좀 더 개연성과 단단한 심리적 리얼리티를 갖춘 것은 전자다.
즉, 세르반데스는 꾸며낸 이야기가 더 진실되게 느껴지고, 실제 경험에 기초했다는 역사가 오히려 꾸며낸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써 놓았다. 소설에 오히려 진실이 깃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돈기호테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현실세계와 동떨어져 읽다보면 집중을 할 수 없다 책을 덮었던적이 여러번 있었다. 기사도니 악당이니 하는 허왕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야기중에서도 진실은 있었고 진실보다 더 진실같은 이야기가 가짜로 읽혀지는 소설같은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엉뚱한 행동을 하면서 자긴 세르반데스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했을까?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지고 다시 돈키호테를 읽고 싶단 생각이 들고 무호한 호기심 이야기와 포로와 무어여인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
독서하는괴물
p84~
《프랑켄슈타인》 메리 셀리
《프랑켄슈타인》의 줄거리는 이렇다. 전기와 연금술에 꽃힌 한 '청년 과학도'가 있다. 그의 이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그는 시체의 부부들을 한데 모은 후 전기를 이용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내고 그 생명체는 생명을 얻어 꿈틀거리나 흉직하다. 그는 공포와 협오감에 질려 실험실을 뛰쳐나간다. 자신이 만든 피조물을 내버려둔채 도망친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학구적이고 교양이 있다.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책을 읽는 자발적 독자다.
프랑켄슈타인 괴물은 모두 관계라는 키워드 중심으로 독서를 하고 있었다.
《베르베르》에서의 관계는 사랑이나 낙담.우울같은 감정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영웅전》에서의 관계는 사회구성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고매하고 숭고한 '사상'
에 기반을 둔다. 그리고 《실낙원》에서의 관계는 인간과 신의 관계, 곧 피조물과 창조자의 관계를 의미한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독서를 통해 이 세계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의미를 물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프랑켄슈타인 》은 과학자가 아니라 괴물에 포커스를 둔다. 특히 메리 셸리는 괴물에게 말하는 힘과 생각하는 힘을 주었다. 과학기술의 결과물이 독자적인 생각과 의지를 갖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프랑켄슈타인》의 경우는 피조물이 주인에게서 이름과 고유한 정체성을 빼앗은 것으로 느껴진다.
프랑켄슈타인을 보았는데 작가가 쓴 글을 보니 가물가물 거린다.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의 존재와 피조물의 관계를 알아내기 위해 관계에 대한 도서를 읽었다는게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괴물이라고 생각한 인물이 괴물이 아니었고, 궁금한 내용 알고싶은 내용을 독서를 통해 알아냈다는 게 놀랍다
독서는 알고 싶은 것, 내가 망설여 방법을 찾지 못할때 지혜와 방법을 알 수 있다. 정확한 길이 아니더라도 방향성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다양한 관게속에서 얽혀 있다. 그 관계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그 관계속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이러한 관계를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그냥두어서는 안된다. 얽힌 관계는 풀고, 서로 해결할일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내가 만든 피조물이 무섭다고 도망친 과학자는 자신이 만든 프랑켄슈타인에게 자신의 이름을 빼앗기고. 자신이 목적이 있어 만든 피조물이 자기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으니, 그 피조물은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구원한 것이다. 책을 통해 자신을 구원한 괴물이야기가 흥미롭다.
독서를 통해 회득한 저항의 말들
p184~
《제인에어》 샬럿 브론테
《제인에어》는 '책 읽는 여성에 관한 소설'이자 '자신의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여성에 관한 소설'이다.
제인이 결혼한 지 10년 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기록한 내용이 바로 이 책이라는 설정이다.
인간의 생활과 인간의 노동이 가까이에 있었다. 나는 계속 싸워나가야 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살려고 애쓰고 고된 일을 해야만 했다 -28장 -
"그럼 와 밥벌이를 못 하는 거요-"
"밥벌이는 해 왔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29장
제인에의 책 읽기는 여성의 언어를. 노동은 태도를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이 작품을 읽어보면 한층 흥미롭다.
《제인에어》는 여성의 독립성을 추상적으로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바탕에 '여성이 노동할 권리'에 대한 생각운 깔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에 발을 단단히 붙이고 있는 작품이다.
제인에어 폭력을 받은 모습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제인에어가 독서를 하고 노동으로 삶을 꾸려나갔나?
제인에어도 끝까지 읽지 않았었다.
읽다가 만 도서
제인에어 시대에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고 남성위주의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책을 읽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갔다고 하니 제인에어가 어떤 도서를 읽고 그런 생각을 했는지 책을 읽고 변화된 제인에어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책 읽기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
서가 오른편의 창문이 열려 있지 않나요? 책 읽기를 멈추고 눈을 들어 창밖을 내다보는건 얼마나 즐거운가요! 그럴 때 눈에 들어오는 장면들. 독서와는 전혀 무관한 그 무의식적이고 끝없는 움직임이 얼마나 상상을 자극하나요?
-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바로 이거. 창문 밖 주변 풍경을 내다보게 만드는 것이 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다. 책 읽기는 우리에게 주변 세상을 살피게 한다.
우리의 독서경험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면 책 속으로 파고드는 자체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책 읽기는 자꾸 중단된다. 창밖풍경을, 인테리어 소품을 멍하니 바라볼 때도 많고 다른 생각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런데 그게 책의 속성이다. 책은 원래 집중이 어려운 매체인것이다. 책은 원래 읽기 힘든 것. 집중하기 힘든 것임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책은 몰입하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으며 자꾸 주위를 둘러보게 하며 딴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은 우리에게 딴짓과 딴 생각을 할 시간을 준다.
그걸 할 심적 여유를.
마음의 빈 자리를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