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 -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날설헌

 

스물일곱, 짧고 불행한 삶을 살다 간 여인. 자신의 고독과 슬픔을 시로 달래며 섬세한 필치로 노래한 시인. 호는 난설헌. 자는 경변. 이름은 초희.

명종18년 강릉에서 태어나 자유로운 가풍 속에서 당대의 시인으로 손꼽힌 손곡 이달에게시를 배웠고, 혼인하며 삶이 삐걱대기 시작. 시어머니와 갈등. 남편과 불화. 어린딸을 먼저 보내는 고통까지.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 생을 마감. 동생 허균이 펴낸 《난설헌집》이 세상에 알려짐.

출처 입력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감우 - 난설헌 -

 

밋밋하게 자라난 창가의 난초

줄기와 잎새가 어찌 그리도 향그러웠건만

가을바람 한바탕 흔들고 가니

가을 찬 서리에 서글프게 떨어지네

빠어난 맵시 시들긴 해도

맑은 향기 끝끝내 가시진 않으리라

너를 보고 내 마음이 몹시 언잖아

눈물 흐르며 소맬 적시네

 

"난초에 비유한 대상은 어머니입니다. 시들어가는 꽃의 덧없음을 바라보면서 속울음을 삼키는 어머니의 애틋한 모습을 그려보았어요."

 

난설헌이 어머니를 생각하며 지은 시라고 하나, 훗날 자신의 마음을 나타낸 시인것 같기도 하다..

난설헌의 눈에 비친 조선시대의 어머니 모습..

혼인을 하고 어머니가 되어 아이마저 먼저 보낸 마음을 혼자 삼키며 아파했을 그녀를 생각하니 마음이 저린다.

 

 

허날선헌. 허초희는 결혼을 하면서 자신의 이름도 행복했던 삶도 사라지고, 이 소설에서는 자신을 그미라 부른다. 슬프다.

결혼과 동시에 사라진 삶..

남편과 시댁이라는 담안에서만 지내야 했던 그녀의 삶.

조선시대 여자로 태어나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젎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허초희. 허난설헌을 기억해야 한다.

그녀는 조선시대의 훌륭하고 위대한 시인이었다..

그녀의 시는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어 훗날에는 그녀의 시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녀가 죽고 난 뒤 난설헌시집은 시대의 명작으로 남았다.

 

닫힌 세대를 살면서도 시작으로 영혼을 불살렀던 여인

천재 시인 난설헌의 시를 읽으니, 난설헌의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시린다.

 

토닥토닥 분 바르고 큰머리 만지자니

소상반죽 피눈물의 자국인 듯 고와라

이따금 붓을 쥐고 초생달 그리다 보면

붉은 빗방울이 눈썹에 스치는가 싶네

 

오랜 세월 그미는 벽 속에 갇혀 있는 답답함과 숨을 틀어막는 폐쇄감에 몸부림치며 공허함에, 덧없음에 몸을 떨었다. 그미는 가슴으로, 머리로 시를 쓰고 읊조렸다.

 

한줄기 싸늘한 물 맑고도 깊숙해

산 돌고 들 뚫어 할가로이 흐르네

출렁출렁 스스로 가야 할 곳 알아

예로부터 지금까지 가고 멈출 줄 모르네

 

"영허 스님의 글인데. 언문으로 돼 있어 아녀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모양이에요. 막힌 산이면 둘러가고 뚫린 들이면 바로 질러가는 것이 물의 속성이라는 이 대목이 마음을 잡아당겨요. 어느 곳을 흘러가더라도 궁극에는 바다를 근본으로 삼는 것이 흐름의 속성이라 하지 않아요."

 

"그럼. 모든 것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다면 어떻게 될까. 물도 세월도 사람도 흐르지. 하지만 그 흐름의 시작도 끝을 알 수 없어. 다만 거스르지 않는 흐름에 대한 동생의 해석은 아주 독보적이야."

 

"생은 끊임없는 생성의 과정이기에 그 긴 노정속에서 누군가에게 소유되는 순간. 생 그자체가 멈추게 되는 것이라고. 그건 이미 생이 아니라 죽음이라 하셨어. 조선의 아낙들을 두고 하신 말씀 아닐까."

 

누군가에게 소유되는 순간.

생 그자체가 멈추게 된다.

조선 아낙네들의 모습과 물이 흘러가는 모습이 비슷하다.

어는 곳으로 흘러가든 결국 바다와 만나게 된다..

결혼과 자기 생을 잃어버리고 남편을 따라해 했던 조선시대 아낙네들 . 초희. 난설헌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동생과 나누었던 말들을 생각하며 코 끝이 짠해졌을 허난설헌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두운 창가에 촛불 나직이 흔들리고

반딧불은 높은 지붕을 날아 넘는구나

고요 속에 깊은 밤은 추우니지는데

나뭇잎은 쓸쓸하게 떨어져 흩날리네

산과 물이 가로막셔 소식도 뜸하니

오빠생각 이 시름을 풀어낼 수가 없네

청련궁에 계신 오빠 멀리서 그리워하니

텅 빈 산속 담쟁이 사이로 달빛만 밝아라

 

저물어 가는 산 속. 멀리 계신 오빠를 그리워하는 절박한 마음이 잘 나타난 시이다.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에 스며들고

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 기대었구나

부용꽃 스물일곱 송이 붉게 떨어지니

달빛 서리 위에서 차갑기만 해라

 

부용 꽃 스물일곱 송이.

생을 마감한 최난설헌..

 

이렇게 사그라지는 건가..

얼마나 덧없고 속절없는 인생인가.

누이의 나이 스물일곱,

아직은 꽃다운 시절인 것을..

오열이 목구멍을 타고 넘는다.

 

"어찌 육신의 사그라짐을 생의 끝이라, 한단 말인가.

내 이렇게 목욕제계하고 사멸하지 않는 영생의 길로 떠나려 하는데. 결코 내가 가는 길이 끝이라 서러워 말게. 죽음도 고통도 없는 무한영생이 기다리고 있질 않은가.(중략) 내 헐겁고 남루한 육신을 털고 일어서니, 이제야 한 점 부끄러움 없이....."

 

그미의 육신이 홀연 깃털처럼 날아오른다.

 

 

 

 

허난설헌

오직 인간으로서의 허난설헌의 삶을 그린 소설

어리 석고 못난 남편 김성립.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요 했을 운명. 자식을 마음속에 묻어야 했던 마음.

누구라도 초희의 마음을 알아주고 다독거려주고 마음을 나누고 함께 시라도 쓰면서 감정을 해소할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

그녀의 삶이 덜 힘들지 않았을까요..

 

4월에 내리는 꽃비. 봄비를 보니, 짧은 생을 마감한 최난설헌이 생각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