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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실패할 걸 알면서도 왜 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
더글러스 켄릭.블라다스 그리스케비시우스 지음, 조성숙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7월
평점 :

원숭이는 꼬리가 있지만 사람에게는 꼬리가 없다. 인간은 꼬리를 활용하지 않으면서 점점 퇴화하여 꼬리뼈라는 흔적만 남았다. 생물은 오랜 시간을 거치며 불필요한 것은 없애고 필요한 것은 획득하려는 진화를 거친다.
맹장이라는 장기는 인간에게서 특별한 기능을 하지 않는 장기이다. 오히려 한 번씩 맹장염을 일으켜 말썽을 피운다. 현대의학에 힘을 빌려 맹장염에 걸려도 죽는 일은 거의 없지만 옛날이었으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연선택을 거쳐 진화하는 인간에게서 맹장은 끝까지 퇴화하여 없어져야 할 장기가 아닌가? 왜 없어지지 않고 아직도 이따금 말썽을 피우는가.
여기에는 어이없는 답이 있다. 현재 인간의 맹장은 가장 적절한 형태이다. 기능도 없는데 왜 적절한 형태이냐면 지금보다 더 크기가 작게 변한다면 맹장염에 걸릴 확률이 더 커진다. 더 작게 퇴화하려 하면 오히려 목숨이 위험해지는 것이다. 생존 확률이 높아야 다음 세대로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다. 커져도 할 일이 없으니 현재의 애매한 크기로 남아 있는 것이다. 나름 존재의 이유를 진화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현대경제학에서 인간은 항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라 가정한다. 당연히 틀렸다. 우리는 스스로 비합리적인 선택을 자주 한다는 걸 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런 비합리적인 선택을 편향이라고 표현하며 그 목록이 100여 개나 된다고 늘어놓는다. 표현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편향되었다는 것은 적나라하게 밝혀 잘 알지만 왜 우리가 그런 편향된 행동을 하는지 근원적 이유를 설명해 주진 못한다. 이때 그것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시원하게 설명해 줄 방법이 있다. 바로 진화심리학이다.
신간 '200% 실패할 걸 알면서 왜 나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가'는 우리가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명쾌히 설명해 주는 책이다. 인간의 판단 오류는 사실 잘못된 행동이 아니다. 현대 문명이 너무 빠르게 발전해 왔다. 구석기인의 뇌와 별반 차이가 없는 현대인의 뇌는 아직도 예전 환경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환경과 질문을 구석기 시대에 맞춰 했다면 우리는 언제나 합리적인 판단만 하는 현자와 같은 존재일 것이다.
가끔은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과거의 내가 한 선택에 대해서 의문을 품을 때가 있다. 이해가 안 되다가도 때론 이해가 된다. 마치 다른 여러 자아가 있는 다중인격자 같은 모습이다. 그런데 그게 당연한 것이라 책은 설명한다. 누구나 최소 7개의 부분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해 준다.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자아와 짝이 된 이성을 지키고자 하는 자아는 같은 사람 속에 들어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모습, 생각을 한다. 위험 상황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고자 하는 자아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친애의 자아는 전혀 다른 행동을 자아낸다. 그 둘 모두 나의 뇌에 분명 같이 들어있다.
뇌는 한 번에 하나의 자아만 주도권을 쥐고 행동한다. 내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주도권을 주고 있는 자아가 누구냐에 따라 판단의 방향을 달라진다. 과거에 내린 판단이 공감이 된다면 같은 자아로 일치시켜 생각한 것이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주된 자아가 다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고 나면 다시 나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주는 책은 언제나 기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