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세 편의 소설이 한 권에 모인 이 작은 소설집을 처음 받은 순간 '후루룩 읽기 좋은 사이즈다!'생각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여러 번 시간을 들여 읽어야만 했던 책.세 개의 이야기를 오가는 내내 책을 읽는 건지 누군가의 머리 속을 들여다보는 건지 혹은 내 머리 속의 이야기인지, 혼란하고 흥미로웠다. "젠장, 내 목을 잘랐다고? 난 동의한 적이 없는데."통 속의 뇌 상태로 일평균 다섯 시간 동안 목향의 몸을 빌려 살고 있는 제약사 회장 건록.어느 날 건록은 목향이 저지른 살인 현장 앞에서 눈을 뜨게 된다.-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오랜 전쟁 끝의 세상.신흥 종교에 빠져 가족을 버리고 떠난 누나의 부고를 받은 '나'는 누나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브루클린에 있는 교단을 직접 방문하게 되는데."모두가 진실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게 진실임을 믿지 못하고, 상상과 거짓말을 마취제 삼는 땅. 땀과 피마저도 누군가의 여흥에 불과한 땅. 그 마취제는 개척자들이 지구를 잠재운 방식이었을까, 아니면 인류가 스스로 원했던 것일까."-제발!"세상은 나를 속이지 않았으며, 오직 나 혼자만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음을 깨달은 순간의 좌절감을 떠올리면 아직도 숨이 턱 막힌다. 누구도 탓할 수 없다."세 번째 이야기는 요약할 수 없다. 가끔 나는 이어지는 꿈 속에서 꿈 속의 과거와 꿈 밖의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데 그 순간의 기묘한 감각을 소설을 읽으면서도 받을 수 있구나 감탄했을 뿐이다. "나는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는데 저 인간들은 저래도 정상인이라니 신기할 따름이다."-Called or Uncalled이 기묘한 이야기들은 현실을 닮아있지만 비현실적이고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면서도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동일한 시대에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읽다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득당하는 지경에까지 다다른다.어쩌면 내가 너무 과몰입을 한 것일수도."달리 말하면 나는 현실의 각 요소를 잘라낸 다음 조각보를 만들듯 적절한 규칙하에 다시 붙임으로써 ,철저히 현대적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는 아닌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에세이 토끼-오리가 있는 테마파크#한개의머리가있는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