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 이렇게나 든든한 여주인공이라니!아포칼립스도 사랑스러울 수 있다. 할머니의 김장 김치 담그는 법을 꼭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까지도 너무 사랑스러웠던 책. 좀비가 들끓는 상황에서도 '그래서 하다네 오늘 저녁 메뉴는 뭘까?'가 궁금해지는 내 자신에게 웃음이 났다. "할머니, 내가 꼭 지켜 줄게."65세 이상의 노인들이 갑작스레 공격성을 보이며 좀비화되는 사태에 격리된 도시,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도시에 남기를 선택한 소녀 '강하다'. 평범한 일상을 살 때는 늘 까칠하게만 보였던 하다지만 할머니와 함께 남은 상황에서 어쩐지 하다는 늘 다른 사람을 돕는 선택을 하게 된다.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하고 싶지도 않고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이런 내가 누군가를 위해 좀비 사이를 뚫고 나갔다 오다니 신기하긴 했다.나에게도 오지라퍼인 할머니의 피가 흐를 줄이야."<달리는 강하다>는 어쩌면 사람이 제일 무서울 수 있는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 남겨진 '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강하다와 할머니로 시작해서 한명한명 늘어나는 식구(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들은 함꼐 살아가는 방법을 강구한다. 바깥 세상의 그 어떤 집단보다도 끈끈하고 정이 깊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된다. 65세 이상인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는 세상에 남았지만, 65세 이상인 할머니 덕분에 만난 그들은 그래도 행복하기만 하다. 사랑스러운 이야기지만 마냥 사랑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달리는 강하다>는 우리에게 생각할 숙제를 던져주기도 한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65세 이상인 사람을 격리하는 것입니다. 이들을 한곳에 모아 생활하게 한다면 65세 미만인 사람들은 안전할 것입니다."아아, 이것이야말로 정말 리얼한 좀비물이 아닌가? 인간은 살아있다면 누구나 65세 이상이 된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미래는? 작가의 말처럼 '아기로 태어나 노인이 되는' 세상에서 아기와 어린이와 노인과 장애인을 배제하는 세상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그런 적이 없던 것처럼,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고 이기적으로 살아남는다면 결국 우리의 미래는 아포칼립스에 다름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와 함께 읽었다. 하다 누나처럼 씩씩하고 멋진 사람을 만나라...따뜻한 이야기를 써주신 김청귤 작가님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