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 언어생활자들이 사랑한 말들의 세계 맞불
노지양.홍한별 지음 / 동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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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랑 번역 이야기하면 우리는 재미있겠지. 하지만 누가 그런 걸 읽고 싶어 해?"

선생님, 저요.✋️

어떤 책은 번역가의 이름 자체가 든든한 추천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려준 번역가 노지양×홍한별 님. 두 분의 대화가 동녘의 편지 시리즈 맞불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뛸듯이 반가웠다. 무려 두 번역가님의 '옮긴이의 말'이 아닌 '번역가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몹시 귀한 경험이었기에 읽는 이의 입장에서도 선물처럼 느껴지는 책이었다.

"번역은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분투하는 글쓰기고, 창작의 충동과는 전혀 다른 충동을 따르긴 하지만, 그래도 분명히 쓰는 과정이긴 하지."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다듬고 올바른 해석을 위해 문화를 공부하고 언어를 업데이트하고 최선을 다해 모국어로 전달한다. 번역은 마치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는 히어로의 일같다.

"독자들에게 정확하면서도 가독성 있고, 장르에 따라 감동까지 주는 텍스트를 제공하는 거니까. 오늘도 나는 언어의 매개자, 조용한 그림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자 싶어."

이러한 번역가의 서글픈 숙명과 "어떤 번역서를 집어도 간유리 안경을 끼고 읽는 것처럼 애매하고 아리송하게 읽히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사명감이 히어로의 그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번역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글을 옮긴다는 의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단어와 단어를 바꾸는 것이 아닌 다른 언어로 씌여진 글을 우리의 이야기로 다시 만드는 일.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분해하고 바꾸고 재조합을 거쳐 머나먼 타국에서 글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일. 그 심장 뛰게 하는 간절함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가서 닿기를 바라는 바램.

알면 알수록 여러모로 쉽지 않은 직업으로서의 번역가, 하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번역하는 일에서 결국 행복을 찾는다는 노지양, 홍한별 번역가님의 한결같음에 나까지도 조금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어 응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두 분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내가 찾던 바로 그 책이고, 내가 쓰고 싶던 책이고, 내가 우리말로 다시 쓰고 싶은 책이다."

운명같은 책을 만나, 그렇게 먼저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그 세상이 자같은 독자들에게 와서 닿을 수 있도록 번역가님의 글로 다시 써주시기를 기다려본다.

"시간이 흐르고 책이 나오고,

...그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있다. 

책이 사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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