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
카타리나 베스트레 지음, 린네아 베스트레 그림,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

 

0.

쉽게 쓰여진 과학책이라고 이름 붙여도 민망하지 않을 만큼 생명사에 대해서 자세하게 다루어 놓은 책이다. 작가는 어렸을 적 <임신과 출산>이라는 책 중, 특히 성장하는 태아라는 부분에 홀딱 반해 아기로 변하는 과정을 고민하곤 했다고 한다. 이 특이한 경험은 그녀가 대학생 때 세포생물학을 연구하는 데까지 이어졌고, 그녀의 전공분야 덕분에 이렇게 우리도 이해하기 쉬운 세포의 변천사를 담은 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전달하는 것은 쉽지만,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것이 진짜 고수다. 그렇기에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전달력에 감탄하고는 했다. 세포와 DNA를 이해하기 쉽게 건축에 비교하기도 하고, 우리와 초파리가 도대체 어떤 관계에 있는 지에 대해서는 여러 장에 걸쳐 다양한 실험을 소개한다.

1.

옮긴이의 말에도 쓰여 있지만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임신과 출산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나 역시도 임신과 출산에 대해 무지하다. 그런 면에서 생물학적 관점에서 수정부터 출생까지를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아마 많은 이들에게 새롭고, 또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 나부터도 태아와 산모와의 관계, 착상, 태아의 성장 등을 세포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좋은 교양 서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귀여운 일러스트로 이루어져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가장 좋은 장점인 것 같다.

2.

“1940년대에 들어서 과학자들이 세균을 가지고 실험한 결과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을 보여주었다. 유전자는 단백질이 아닌 DNA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처럼 단순한 물질이 자연계에 나타나는 무수한 형질을 창조할 수 있단 말인가? 흰 꽃과 분홍 꽃, 곱슬머리와 직모, 뾰족한 코와 납작한 코. 이 모든 정보가 같은 분자 안에 담겨 있다는 말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 PATH 더 패스 :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 생각 - 하버드의 미래 지성을 사로잡은 동양철학의 위대한 가르침
마이클 푸엣.크리스틴 그로스 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 패스

 

0.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 생각이라는 수식어는 이 책의 전반을 요약하기에 적당하다. 이 책은 동양철학에 대해 강의하는 서양의 교수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게 되었다. 공자, 맹자, 장자에 사상을 배우고, 유교 문화를 체감하며 살아가는 한국 사회지만 이러한 사상들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삶과 연관 지어 고민해볼 기회는 많지 않았기에 이 책이 던지는 주제들은 혁신적인 생각을 일깨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1.

책의 목차는 현실과 철학을 다루고, 그 다음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순자의 가르침을 우리 내 삶의 키워드로 풀어 해석한다. 현실안주의 시대에서 자유주의라는 이념이 하나의 옳은 이념으로 채택되면서 얼마나 많은 이념들이 신뢰를 잃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옳은 이념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을 동양철학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가 이 책의 도입부이다. 스스로를 가장 잘 아는 이는 자신이어야 하고, 문제를 스스로에게서 찾은 현대인들의 사고는 규정된 사고에 기반을 둔 것으로 동양철학의 새로운 사고를 접하면 다시는 그렇게 사고할 수 없다는 자신감도 읽을 수 있다.

2.

그 중 가장 마음에 그는 부분은 영향력에 관하여 노자의 사상을 해석한 다섯 번째 장이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그렇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향을 미치는 방식과 영향력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고, 영향을 받은 이의 반응도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는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다. 노자는 경계는 엉터리이며, 자연스러움이 가장 큰 영향력이라 말한다. 타인과 나, 세계와 나를 구분 짓는 경계를 허물고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부드러움과 유연함, 융통성으로 아무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자연스러움이 관계를 변화시키는 영향력이라 말한다.

3.

“()명에는 앞으로 닥칠 비극만 있는 게 아니다. 좋은 일도 생길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기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뜻밖의 호기, 인생 전반의 방향을 바꿀 누군가와 마주할 기회 등. 계획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그런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다. 그리고 미래의 어느 날 잠에서 깨었을 때, 그동안 내가 규정한 내 모습에 갇혀 살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민과 소설가 - 대충 쓴 척했지만 실은 정성껏 한 답
최민석 지음 / 비채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민과 소설가 (최민석 에세이-비채)

 

사람들을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하루를, 일 년을, 그리고 평생을 보낸다. 나 역시도 매일 점심 뭐 먹지부터 인간은 언제 성숙해지는 지까지 꽤 넓은 스펙트럼으로 수만 가지의 생각을 한다. 하지만 고민들의 대부분은 답이 없고, 가까스로 내린 답 역시 내 생각에 기초한 것이라서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은 매력적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들어주고, 해답을 내려주는 사람이 있음은 행복한 일이다. 이 책은 그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고, 책 속의 고민들은 보통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고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조금 더 깊은 통찰력으로, 자신의 고민처럼 공감하여 대답을 해준다. 내 고민만으로도 벅찬 세상에서 이런 방식의 책은 새롭고, 신기하고, 감사하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 누군가의 조언을 받고 싶거나, 혹은 다른 이의 가치관에 근거한 판단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가볍게 읽어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간의 기분
김종완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간의 기분(김종완, 김영사)

 

공간 전략 디자이너라는 생소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이상 공간의 존재는 필수적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삶은 공간의 연속이자, 공간의 일부이다. 굉장히 많은 시간을 공간 속에서 보내면서도 그 공간이 가지는 스토리나 분위기, 이미지에 대해서 고민해 본적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들이 가지는 스토리와 그것을 공간 전략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텔링(telling)하고 있는지를 알아 갈 수 있는 글과 그림, 사진들이었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을 동경하는데,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내가 보는 세상과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다. 인테리어라도 그곳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는 예술의 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건물 자체 뿐 아니라 배치, 질감, 소품 등 다양한 요소로 공간의 정체성, 즉 본질을 표현해 가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다만, 이 책을 읽고 공간 전략 디자이너가 되어야지라는 마음을 먹지 않은 이유는 한 전문가로서 성공한 그의 삶이 평범한 환경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던 그의 환경을 동경하고, 자신의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걸어온 그의 삶을 존경한다.

나는 철저하게 상업적인 공간 디자이너다. 나의 미감을 고집하기보다는 클라이언트에게 100% 맞추는 것이 디자인 철학이다. 마케팅 베이스의 디자인이다. 매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그에 맞춰서 인테리어와 음악, 식기, 로고, 유니폼, 명함, 메뉴판 등을 함께 구성한다. (중략) 결국 마음을 얻는 디자인이 가장 상업적인 디자인이며, 성공한 디자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비채)

 

에세이와 인문학에 질려 돌아온 곳은 소설. 엄청 오랜만에 읽은 소설책은 단도직입적으로 주제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방대한 지식을 뽐내는 것도 아닌 소소하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이 이전에 내가 읽은 소설들과 다른 점을 꼽자면 풍부한 묘사. ‘여름 별장에서는 선생님이 가장 일찍 일어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묘사의 시작은 새의 지저귐부터 사람의 성향, 자연의 풍경까지 굉장히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가본 적이 없는 일본의 마을이라도 생생하게 상상해 그려낼 수 있었고, 전혀 본적없는 인물이지만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다만, 간결함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 디테일해서 피곤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묘사가 많으니 지루하고,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부분까지 글로 정해지니 흥미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흥미로웠던 점은 이 소설책에서 사람과 자연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지조 있는 건축가와 그를 동경하는 청년이 함께 자연 속 별장에서 일하는 과정을 담은 줄거리를 처음 들었을 때는 어떻게 이 책을 풀어나갈 것인지 의문을 가졌었다. 하지만 건축을 하는 과정, 그 과정과 함께하는 자연의 흐름과 움직임, 그리고 인물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를 따라가며 읽다보니 이야기가 끝나있었다.

나는 풀베기랑 잔디 깎기를 좋아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나일론 끈이 잡초를 끊고 작은 돌을 튕겨내면서 자기 의지가 있는 것처럼 앞으로, 앞으로 인도해나간다. 귀를 찢는 엔진소리. 풀이 끊어지는 소리도, 새가 우는 소리도, 사람 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된다. (중략) 평평한 면을 인간이 좋아하게 된 것은 도대체 언제부터일까? 인간이 처음 본 평평한 것. 바람 없는 날의 호수. 파도가 쓸고 간 모래사장. 얼어붙은 물웅덩이. 내 청바지와 티셔츠에는 주름이 가고, 풀이랑 잎사귀의 초록색 파편이 달라붙어 있다. 예초기 엔진을 그고 헬멧을 벗는다. 숲의 소리가 귀에 돌아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