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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저자 강인욱은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공부를 하고 러시아과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이런 배경으로 유라시아와 고조선의 고고학을 주로 연구하며 이 책에 나온 자료 또한 러시아와 관련된 것들이 많이 언급된다. <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테라 인코그니타>, <유라시아 역사 기행> 등의 책을 지었으며, JTBC <차이나는 클라스, EBS <클래스 e>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고고학을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이 책 또한 그런 노력의 산물로 고고학이 낯선 사람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된 책이다.
첫 도입이 술 이야기로 시작되어서 중학생 이상부터 읽기 좋을 것 같다. 책에 설명과 함께 많은 사진과 그림이 실려서 잡지를 보는 것처럼 책장을 넘기게 해 준다.
잔치, 놀이, 명품, 영원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주류부터 고고학 유물까지 쉽게 설명해준다.
고고학의 특징상 최초의 시작을 누가 했느냐, 어디에서 했느냐가 중요할 듯한데, 뜻밖에도 저자는 원조보다는 해당 문화의 현대적 의미와 보편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김치, 한복 등 원조가 누구냐를 두고 민족적 자부심을 내세우는데 와인, 햄버거에서 보듯이 음식의 기원은 의미 없는 논쟁이라는 것이다.
유네스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하며 붙인 타이틀, '김장: 김치를 만들고 서로 나누기'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선정위원회 측은 김치의 원조를 따지지 않았다. 그보다 인류가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지혜롭게 저장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누었던 지혜를 김치에서 발견하고 이를 높이 평가했다.
47쪽
예나 지금이나 해외 교류는 중요하게 작용한 것 같다. 역사 시간에 배운 삼국시대 교류는 우리나라가 일본 문화에 영향을 줘서 반가사유상이 참 비슷하다는 것 밖에 떠오르는 게 없었다. 책에서는 신라 금관에서 유라시아 대륙과의 교류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금관을 착용하려면 가죽이나 천으로 만든 관모(모자)를 쓰고 그 위에 금관을 덧써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신라 귀족의 무덤에서 거의 빠짐없이 발견되는 관모의 재료이다. 이 관모의 재료는 섬세하게 가공한 자작나무 껍질이었다.
자작나무는 한반도 남쪽 신라에서는 자라지 않는 나무로 주로 만주와 시베리아 일대에만 자라는 대표적인 북방계 수종이다.
210쪽
고고학은 과거의 국한된 것으로 고정된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도 바뀌었다. 구석기시대에 나온 토기는 배운 적이 없고, 신석기시대에 빗살무늬 토기만 열심히 외웠는데 30여년 전부터 구석기시대 토기들이 사방에서 발견되어 지금 대부분의 고고학자들은 빙하기였던 2만 년 전부터 토기를 사용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과거를 다루는 학문이 현재에서 바라보는 것에 따라서 바뀐다는 게 참 매력적이었다.
또 고고학이 단순히 문헌, 유물만 연구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범위가 생각보다 넓었다. 유해 발굴의 기술이 고고학과도 연관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 범죄수사하는 경찰만을 떠올렸던 것이다. 최근 유해발굴감식단과 보훈 사업에도 고고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첨단기법으로 판별해 신원을 밝힌다고 한다.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