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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만두 ㅣ 열림원어린이 동시집 시리즈
김유석 지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1월
평점 :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열림원 어린이 동시집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작가 김유석은 1989년 전북일보 신문춘예 시 당선을 시작으로 2013년 조선일보 신문문예에 동시게 당선되며 동시도 쓰고 있다고 한다. <상처에 대해서>외 두 권의 시집을 냈고, 현재 농사를 지으며 지낸다고 한다. 동시집에 염소, 제비, 청개구리, 뱀 등 동물을 다룬 동시가 많이 나오는 것이 작가가 머물고 있는 환경과 관련 있는 것 같다.
책표지에 그려진 동그란 산뜻한 분홍색은 책 처음부터 끝까지 크고 작게 계속 나온다. 보통은 동시와 그와 관련된 그림이 삽화 형식으로 그려지는게 보통인데 분홍색 원이 여기저기 또는 시 전체 배경을 분홍색으로 구성한 것이 점이 특이하다.
시의 특성을 살펴보며 시를 배우기에 좋은 시집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추천하고 싶다. 물론 동시는 꼭 아이들만 읽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관점에서 쉬운 단어로 이루어진 시라서 표현력을 배우기에도 좋다.
왕만두
뭔가를 꾹 참고 있는
엄마 얼굴
퉁퉁 불다가
기어이 속이 터진다
뜨거운 엄마를
호호 불 틈이 없다
뜨겁거나 말거나
그럴 땐
고개 푹 숙이고
우물우물 삼켜야 한다
알쏭달쏭 우리말
보슬비는
흙먼지 위에 포슬포슬 내리는 물가루 비
여우비는
호랑이 장가가는 날 살짝 뿌리는 심술비
작달비는
망아지처럼 달려와서 엄마 텃밭 망치는 망굽 비
가랑비는
할머니 귓속에 낮잠 불어 넣는 간지럼 비
단비는
나 혼자서만 맞고 싶은 그 여자애 이름
주변에 관찰할 수 있는 사물이나 동물의 관점에서 보는 세상이 어떨지 동물을 의인화해 볼 수도 있다. 시를 처음 써 본다면 예시로 보여주기 좋을 듯 싶다.
거미
넌 왜
공중에 거꾸로 매달려 있니?
난 지금
지구의 무게를 재는 중이야
거꾸로 보면
눈금이 더 잘 보이거든
저 뾰족한 빌딩들을 헐어내면
지구가 덜 무거울 텐데
내 작은 몸 하나만 공중에 띄워도
지구가 조금 가벼워질 텐데
너도 한번 물구나무서 봐!
이슬비 내리는 마당에 말랑말랑 기차가 갑니다
석탄도 기름도 때지 않는 기차가
촉촉한 흙 위에 레일을 깔며 소리 없이 갑니다
아주 느릿느릿 기어가는 저 기차를 타면
시간표가 필요 없는 마을에 닿을 것만 같습니다
(중략)
연락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하나 둘 개미들이 모여듭니다
요리조리 기차를 갈피더니
안 되겠군, 집에 데려가 고쳐야겠어!
힘쎈 일꾼개미들이
덜커덩덜커덩
레일도 없는 길을 끌고 갑니다
시를 먼저 듣고 또는 읽고 시의 제목을 유추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상상하는 자유로움을 주기에도 좋겠다. 이 시의 제목은 '지렁이 기차'다.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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