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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평점 :

여름인데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이다.
시원한
집이라 15년 동안 열대야가 뭔지 모르고
지내온 집인데 올 여름 더위는 유난히도 무덥다.
독서
삼매경이라니 누가 지어낸 말일까?
책 내용이
웬만한 흥미 가지고는 땀이 뻘뻘 나는 무더위를 잊고 읽기가 될까 싶었다.
그러나
납량특집을 일부러 찾는 여름이라 책에 자꾸만 눈길이 가고 급기야 손에 넣고 읽게 되는데.......
뭔가?
이 책은
전혀 낯선 느낌이 아니다.
구수한
할머니의 말투...
집안에 큰
일이 생기면 겪을 만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원수니
악수니 해도 62년이라는 긴 세월을 함께 산정이
있는데,
세상을
떠난 남편의 죽음을 보고 괜찮을 아내가 어디 있겠는가?
“어떠신 거
같냐?”
“어떻게 보면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괜찮은 게 이상한
거지.
지금
괜찮다는 게 말이 돼?”
-p.17
나이
먹으면 죽는 것이 당연하다지만 농담이 오가는 자녀들이란 것이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다.
자식으로써의 어머니에 대한 걱정을
이루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할머니의 위로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수생인 딸을 대책 없이 버려두고 갈 것 같진 않다.


“해가 똥꾸녕을 쳐들 때까지
자빠졌구먼.”
“사람이 때 되면
자고,
때 되면
일어나는 거여.
어여 정신
차리고 밥 먹어.
응?”
할머니가
손녀에게 건네는 말을 보니 전원생활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연상된다.
시골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는 중견 여배우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생기
넘치는 풋풋한 철부지 손녀의 모습도 연상된다.
조만간
드라마나 영화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소재에 분위기랄까?
“아무리 게을러터졌어도
그렇지,
비가
오는데 그냥 자빠져 있는 년이 어딨다니?”
내가
뭘…….
우산 안
가져다 줬다고 화났나?
홍간난
여사가 맨손으로 뭔가를 쓸어 담는다.
그러고
보니 빗물에 쓸려 뭔가 떠내려가는데,
깨알만큼
작은 저것은……
어라!
진짜
깨다.
“이걸
어떡헌댜.
이 아까운
걸…….
쓰레받기
가져와!”
쥐어박는
말투가 기분 나쁘지만,
쓰레받기
대령했다.
홍간난
여사는 쓰레받기에 들깨를 쓸어 담았다.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은데…….
그냥 서
있기 뭐해서 깨를 한 알 한 알 줍고 있는데,
“에이,
씨부랄
거!”
홍간난
여사가 쓰레받기를 패대기쳤다.
쓰레받기가
깨지면서 플라스틱 조각이 눈앞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식겁했다.
“염장을
질러라,
이년아.
그걸
하나하나 줍고 있게.
비 쏟아질
땐 처자빠져 있다가 이제 와서 깨를 줍고 자빠졌네.
게을러터진
년.”
이년
저년이야 팔십 넘은 할머니가 하면 욕도 아니라지만.
“이 아까운
걸,
들깨 한
말 하려면 얼마나 애를 써야 하는지 네까짓 게 알기나 아냐?
이 썩을
년아.”
모른다.
내가 왜
그걸 알아야 하는데?
“저리 비켜,
이년아.”
나를
밀쳐낸다.
언어폭력에
이은 물리적 폭력.
“빌어먹을
것들.
왜 저런
건 떼놓고 가서 내 속을 썩이는지,
원.”
“누군 뭐 있고 싶어서 있는 줄
알어?”
참다못해
한마디 했더니,
“있기 싫으면
가.
누가
말려?”
“알았어.
갈게.
가면 될
거 아냐!”
- p.56
주목받는
작품들의 스토리가 미제사건이나 아니면 인생을 풍자한 편안함을 제공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술렁술렁 잘 넘어가는
소설이다.
배꼽 잡고
웃으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경험을 새롭게 제공해주는 책.
전설 따라
삼천리도 아니고...
세상에
첩첩산중 적막강산의 조그만 마을에서 소녀가 실종되었다니...그것도 네
명씩이나?
유쾌한
이야기인줄 알고 편하게 있다가 갑자기 으스스해지는 내용이 튀어나올 줄이야.

와이파이가
없으니 스마트폰이 있어도 무용지물이고,
삼수생이라
당장 등교할 학교가 없다지만 강무순의 일상이 어떻게 이어질지 너무나 궁금하다.
너무
심심해서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을 뿐인데,
자은
마을이라 그런지 금새 말만한 처녀가 강아지를 끌고 다닌다고 미친년이라는 소문이 났단다.
강무순이
할머니와의 강제 동거가 이루어질 두왕리란 마을이 좁기도 참 좁다는 생각이 든다.
호기심
많고 엉뚱한 삼수생인 강무순이 오래전 숨겨둔 보물을 찾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실종사건의 실체........
경찰은
물론 무당까지 나서서 찾아봤지만 이렇다할 단서조차 못 잡았단다.
“벌써 15년이나
지났구먼.
세월이
참…….
그것들이
살었을라나?
살었다고는
못헐 겨."
그래놓고는
곧바로,
“살어 있으면 걔들이 지금 몇
살이라니…….”
- p.84
박연선
작가가 누군지 생소하게 여길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잘
아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그리고
드라마 연애시대라는 작품을 쓴 작가이다.
웃으며 이
책 속 등장인물들이 범인을 찾아 단서를 쫓아다니는 모습 속에 피어나는 절절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과연
실종된 소녀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뭔가
시원한 결말로 독자의 답답한 속을 시원케 해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