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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갈 수 있는 배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윤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평점 :

자신이
처한 환경과 상황을 우리는 그저 운명인 줄로만 알고 살아왔는데, 무늬는 여자이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사람이 있었다니 생소하고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보편적인 사람들이 상당수지만 반면에 자신의 성 정체성이 부자연스럽고 인정하기가 어려운 사람들도 있었던가 보다. 이 책
「멀리 갈 수 있는 배」는 일본 소설이며 우리에게는 <<편의점 인간>>으로 더 잘 알려진 무라타 사야카가 쓴 화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리호, 굳이 애써서 가슴을 압박붕대로 동여매며 남장을 하고 자신이
인정할 수 있는 제2의 성징을 찾는 노력을 하는 캐릭터다. 밤에도 선크림을 발라야 하는 츠바키, 그리고 남자와 관계를 맺어도 육체적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치카코.....
리오는 남장을 하고 독서실을 찾지만 그곳에서 레스토랑의 단골손님인 츠바키와 치키코를 만나게
된다. 밤만 되면 독서실 옥상이 이상스러운 수다의 장소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하는 일은 다르지만 성향이 다른 3명의 여자가 자신들의
은밀한 이야기를 토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라고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인들은 어째서
자신들의 성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서회 전반에 만연한 성차별적 현상들이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니까 예쁘게 꾸며야 되고, 여자니까 몸매나 가치로 평가받아야 하는 불편하고 불합리한 일들이 이 책의 등장인물로 하여금 자신들의 성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게 했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하기에 이른다.
별에 대한 감각이 강한 치카코는 이렇게 다양한 상식이나 규칙을 알아가는 것이
좋았다.
애초에
자신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규칙의 나열은 언제 보아도 흥미롭고 사랑스러웠다.
남자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고,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내용의 책도 좋았다.
소꿉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규칙을 만든다.
여기부터
앞쪽은 지하실이니까 아버지만 들어가야 해,
아침
식사는 모두 식탁에 앉아서 먹어야 해,
이렇게
단순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소꿉놀이는 즐겁다.
치카코에게는
이런 책이 그런 놀이의 규칙을 나열해 놓은 것처럼 보였다.
-p.
70~71
여자와 남자가 연애를 한다는 가정하에는 성적 관계까지 포함이 되어 있다는 말이 씁쓸하면서도
왠지 부인할 수 없는 흔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현 사회에 잘 길들여진 사람이라 그런지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면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우프다고 할밖에. 표현의 자유, 감정의 자유... 젊은 사람들이 느낌이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 다 좋다. 그렇지만
자신들 행동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체
왜 남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냥
그대로 있어도 되잖아.
리호는
무언가 단단한 줄에 묶여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오히려 리호가 그 줄을 스스로 묶고 있는 것처럼 보여.
사람을
꽁꽁 동여매는 줄을 손에 들고 자신을 묶어버린 거지.
그러니까
그토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거 아닐까?”
-p.135
여자이면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불편한 리오와 츠바키, 그리고 치카코, 그들은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을지...
그녀들은 어떤 선택으로 자신들의 삶을 항해하며 나갈지 이 책에서는 '섹슈얼리티'라는 이름의
바다를 표류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나는 여자를 좋아할지도 몰라."
"그럼 우선 섹스를 해보고 결정하면 안
될까요?"
"밤에도 자외선은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