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아나 와튼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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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이제 더 이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 내가 알던 그 사람」은 저자의 개인적인 기록을 담은 책으로 저자 웬디 미첼이 치매 진단 후 써 내려간 회고록 이리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때 저자를 알던 주변 사람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억력이 뛰어났었다고 한다. 그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체감한다. 병원에서 그녀는 불과 58세라는 나이에 치매라는 진단을 받게 되고, 너무나 믿기 어려운 현실에 얼마나 당혹스러웠을지....... 점점 치매가 진행되다가 장차 소중한 사람들마저 기억에서 지워질까 두려웠을 저자의 상황을 떠울리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할 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모르고 지나갔으면 하는 치매, 요 근래 몇 년 동안 가까운 분들이 치매라는 진단을 받고 소중한 기억들을 잃어버리다가 가족과 세상을 등지고 영이별을 하는 일들이 있었다.

치매라고요?”

하지만 편지에 그렇게 적혀있지 않다. 나는 정확한 문구를 안다. 기억 속에 태워버렸으니까. ‘치매 진행의 초기 단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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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말했던 것 같다. '사람은 추억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고 살다가 이따금씩 꺼내보며 시간을 보낼 일이 많아지는 노후, 그런데 치매가 찾아온다면 애틋하고 소중했던 기억을 모두 지워야 한다는 것 아닌가? 상상하기도 싫은 일들이 이제는 결코 남의 일이라고 방관만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 「내가 알던 그 사람」의 저자 웬디 미첼처럼 그날의 상황을 기록으로라도 남긴다면 자꾸만 떠나려고 하는 기억들을 좀 더 붙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치매 진단이 아니더라도, 얼마 전 방송에 출연했던 배우 김수미 씨가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써 왔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던 일이 있다. 일기는 그저 방학숙제라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인데, 간혹 방학숙제를 검사하는 선생님을 떠올리고는 더 이상 개인적인 상황을 기록하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라, 일기마저 번거로운 일이라 여겼는데 말이다. 이제라도 일기를 써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치매는 좋은 것을 갉아먹고, 섬뜩한 임무를 다하려고 뇌세포를 더 요구하고, 기억을 계속 훔쳐 간다.'라고 저자는 치매를 정리했다.


치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동안 충분히 확인했다.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며 많은 분들이 걱정했던 일의 일부가 현실에 재현되는 것을 보며 좀 더 치밀하게 미래, 아니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노안 때문에 불편하고 몸에 축적되는 콜레스테롤 수치 때문에 약을 달고 살기도 하며, 시력이 저하되니 자동적으로 책을 읽거나 머리를 쓰는 일을 점점 멀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특성이란 어린아이들 마저도 바쁜 때가 아닌가? 가족들이 일하러 일터에 나가면 집안에 남겨져 홀로 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노인들의 삶을 너무 쉽게 여기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누구와도 소통하거나 공감이 어렵고, 점점 쇠약해지는 몸 때문에 거동마저 불편한 지경에 이른 노인들의 생활, 어쩌면 외롭다는 생각에 우울증이 왔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누군가 말할 상대가 없으니 자연적으로 기억이 희미해질 뿐만 아니라 점점 유년의 행복했거나 불행했던 일들이 가까이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딱히 뭐가 정답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매 발병 우려가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주의한다면 치매라는 어려운 시련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닌지.... 이 책 「내가 알던 그 사람」을 읽으며 저자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어떻게든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방법들을 동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생일사는 사람에게 정한 일이라고 하고, 사람은 누구든지 한 번은 죽음을 맞게 된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소중한 기억들 만큼은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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