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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
강철수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0월
평점 :
대학 입시를 마친 아이에게 가까운 나라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오자는 제의를 했다가 일언제하에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것은 역사에
나타난 일본에게 당한바 있는 삼십 몇 년의 침탈 영향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역시
반일감정이 있어서 일본이라는 곳을 제대로 알 기회를 거절했던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저자가 이 책
「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의 머리말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일본에 대한
응어리’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의 범주에
속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 직장을
잠시 쉴 기회가 있어서 그 때 다녀왔던 일본,
이십 여 년이
지난 후 다시 일본을 방문했을 때에도 역시 일본이라는 나라는 조용하고 깨끗했더라는 것,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었고,
열차나 기차
시간표를 잘 지키더라는 것과 무척 친절하다는 데 공감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반감은 여전하지만,
그들이 우리
나라보다 나은 점은 좀 인정하고 배울 것은 좀 배웠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한테서 결별 통보 전화를 받고 스마트폰을 내동댕이치는 청년을 본 적이 있다.
무슨
말에 그리 화가 나는지 청년은 부서진 전화기를 다시 망치로 내려쳤다.
그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한마디 “전화기가
무슨 죄”였다.
그는
망치질로 마음이 진정되었을까.
두
남녀는 처음부터 잘못된 마음이었을까.
-p.
22
후쿠오카 근교를 산책하다가 우렁찬
함성소리를 들었고 주위를 살펴보았을 때 근처 학교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광경은 우리가 잘 아는바와 같이 어릴 적 학교
조회시간을 떠올리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손과 발의
동작이 일치하고 구령에 맞춰 행진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는데 이 또한 일본의 영향이었던 것입니다.
종종 우리가
사용하는 ‘땡깡’이라는 말이 일본어였다는 것 알고
있었나요?
아이들이 때를
쓸 때 흔히 사용하는 말 중 하나인 ‘땡깡’이라는 말은 단순히 때를 쓴다는 의미가
아니라 간질환자가 발작을 일으킨다는 의미였다니 이제 더 이상은 잘못된 표기의 사용은 자제했으면 좋겠습니다.
조선이
광복되고 서슬 퍼런 일본 순사도 일본군도 물러갔지만 일재잔재가 동시에 씻겨나간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
빌붙어 이득을 취하던 친일 뻔뻔이들은 일본 패망을 한없이 아쉬워했다.
(......)
일본인들은
모두 떠났지만 도처에 일본이 남아 있었다.
일본은
결코 모두 가지 않았고,
우리도
모든 것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지금이야
막강 전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강군 대한민국 국군이지만,
광복
후 한국군은 솔직히 군대랄 수도 없었다.
탱크가
다 무언가.
변변한
대포,
번듯한
기관총 하나 없었다.
자주포는커녕
비슷하게 그린 그림도 없었다.
일본군이
쓰던 병영,
그들이
버리다시피 남겨준 녹슨 검과 총.
신병
훈련도 거의 일본식이었다.
물통과
식판도 한동안 그대로 썼다.
짬밥(잔반),
총기
수입(총기
손질)
같은
엉터리 일본 말이 고쳐지지도 않고 수십 년간 그대로 썼다.
일본
말을 한다고 무슨 범죄는 아니지만 제대로 알고 써야 품위를 잃지 않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지 않는다.
지라시(散らし:
전단지),
산마이(三枚目:
조연배우),
잇빠이(一杯:
가득),
가오마담(顔マダム:
얼굴마담),
히야시(冷やし:
차게
함),
마치
우리말같이 섞어 쓰지만 모두 한글 학자들이 불쾌해하는 단어다.
-p.
54~55
우리나라가 광복을 찾은 지가 오래인데
반일감정만큼은 최대이며 일상가운데 남아있는 일본의 잔재 또한 적지 않다는 사실에 당황스럽습니다.
일본이 침탈했던
34년은 결코 적은 기간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일본인들이
순박한 한국인들에게 행했던 악행은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역사의 기록이
현존하는데도 역사의 피해자가 있어 증언을 하는데도 역사의 왜곡에만 신경 쓰는 일본인들이죠.
지난 시간동안
과오를 인정하고 더 이상의 실수와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선진의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일본인들은 왜 거부하는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음을 어서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
「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는 스토리의 구성과 감각이 남다른
강철수 만화작가의 스토리 속으로 들어가 그동안 잊고 무심히 살았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불편했던 역사의 한 대목을 쉽게 풀어 대화의 장을 만들어 주는 작가의 노고가 돋보이는 책이었습니다.
독자가 다시
쓰는 한일관계 보고서를 작성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남을
쉽게 믿고 너무 쉽게 잊고 용서해주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박한 한국인이 왜 일본은 용서 못할까.
강점기
34년
11개월
17일간
일본은 우리 가슴에 어떤 대못을 박았기에.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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