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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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첫 출간된 사만타 슈웨블린의 대표작 <피버 드림>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비드라는 소년과 아만다라는 여성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이 책을 다 읽어내는 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처음엔 종잡을 수 없는 둘의 대화와 상황 설정이 나를 어디로 끌고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비드는 아만다와의 대화에서 줄곧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라며 아만다를 보챈다. 다비드의 말에 따라 마치 현미경으로 보듯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하는 아만다는 딸 니나와 함께 별장에 놀러 온 여성이다. 그리고 죽어가고 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몇 시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상황을 그려 보는 그녀를 따라 나도 손가락으로 죽음의 시간을 향해 따라 그려본다. 픽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사실적인, 우리가 일반적으로 지나치기 쉬운 생각과 감정을 쪼개고 쪼개서 섬세하게 보여준다. 어떻게 이럴 수가. 나는 마치 기억나지 않는 꿈이 기억난 것과 같은 느낌에 소름이 끼쳤다.

 

 진짜 공포스러운 것은, 확신이 없는 삶과 자신이 결정해야 할 몫까지 소위 '외주'를 주는 방관자적인 태도 아닐까. 나는 이 책에서 현실을 보았다. 다비드는 "벌레는 정확히 언제 생겨났는가?"라고 묻고 아만다는 "니나는 어디 있어요?"라고 묻는다. 용설란 실처럼 엉켜있는 것 같은 이 둘의 대화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가슴 아프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연결점은 무엇일까. 어떻게,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필사적으로 지켜야만 하는 것이 있다면 내 결정은 무엇이었을까, 수없이 질문하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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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고갯길 권정생 문학 그림책 7
권정생 지음, 이지연 그림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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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몸도 마음도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세지. 우리나라 아동문학에 큰 자취를 남긴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일생을 이충렬 작가의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을 통해 먼저 접했다.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이라 꼭 먼저 보고 싶었다. 작가의 생명이 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한국적인 색채와 작고 여린 것들, 상처받은 존재들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썼던 권정생 선생님과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2013년, 2015년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이지연 작가의 그림이 마치 한 몸처럼 잘 어우러졌다. 표지도 지푸라기 느낌이 나는 한지 느낌의 하드커버로, 그림책의 느낌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도록 세심하게 마무리한 것이 느껴진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 불안한 마음을 천진난만한 소와 생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할머니 소의 대화, 가을의 아름다운 색감을 통해 위로 받는 기분이 들었다. 🍁🍂🌾

종교도 없고 기독교에 대한 지식은 없는데,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에 드러난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신기하게도 전혀 어색함 없이 내 마음에 스며든다. 토속적인 느낌과 세련되고 감각적인 색채, 구도가 글의 느낌을 한층 더 잘 살려주었다. 노오란 들판의 색채가 차갑게 굳은 마음을 풀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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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하지만 난 언제부터인지 둥둥 떠가는 흰구름도 보고 싶고, 먼 산봉우리도 보고 싶고, 자꾸자꾸 한눈을 팔고 싶어졌어요. 수레가 무거우면 그렇고, 일이 고달플 때마다 그랬어요."
꼬마 황소의 말에 할머니 소는 어느새 입술을 실룩실룩, 그만 두 눈자위에 눈물이 삼빡 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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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소도 그랬을것이다. 엉덩이에 회초리를 수차례 맞으며 들국화 고갯길을 오르내렸을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삶, 어린 것을 회초리라도 덜 맞게 이끌어야 하는 할머니 소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도 어쩌면 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을 할머니 소처럼, 현실은 아프지만 마냥 아프지만은 않게 어린 소들에게 감내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겠지. 그러면 언젠가는 시원한 들국화 향을 맡으며 고갯마루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

(이 책은 창비 @changbi.picturebook 에서 책을 무상으로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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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다립니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03
표영민 지음, 잠산 그림 / 길벗어린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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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누군가를, 어떤 순간을 애타게 기다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비드 칼리에 대한 헌사로 시작하는 이 책은 경애심의 표현이자 표영민 작가의 반려견 은비에게 보내는 작별인사이기도 하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특별동화의 그림작가인 잠산 작가는 주인을 잃어버린 개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또한 언제나 우리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듯 반려견을 맞이하고 예상치 못했던 벽에 부딪혀 자신을 합리화 시키는 데 익숙한 우리의 심리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설렘과 따뜻함, 생의 연장선으로 내 마음에 다가왔던 다비드 칼리와 세르주 블로크의 <나는 기다립니다>. 오마주한 작품은 원작을 뛰어넘고 그 색깔을 달리 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큰 창작의 고통이 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다지도 다르게 '나는 기다립니다'라는 느낌을 표현했을까.

이 책은 주인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려야만 하는 반려견을, 그러다 모처럼의 외출에 신나 하는 반려견을, 이별인 줄도 모르고 밤이 지나도록 바보같이도 순수하게 기다리고만 있는 반려견의 뒷모습을 가슴이 아리도록 그려냈다.

이 책의 결말은 직접 읽고 확인해 보시기를.
독자에게 교훈적인 메시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는,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그려나가게 하는 그림책이다. 올 겨울에는 동물들이 몸도 마음도 따뜻한 곳에서 보낼 수 있기를.

<도서를 제공받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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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정혜경 지음 / 케플러49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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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다큐멘터리로 먼저 접했던 <동물,원>
지난 번에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올렸었는데 잔상이 굉장히 오랫동안 남아서 감상을 입체조형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생각대로 만들어 보지는 못했지만, 급조하느라 역시나 허접한 마무리가 마음에 걸리지만. 이 책을 꼭 소개하고 싶다.

우호(삵), 체리(유황앵무), 직지(표범), 초롱이(물범) 그리고 얼마 전 동물원에서 마지막 생을 마감한 박람이(호랑이)가 <동물,원>의 주인공이다. 야생성을 잃어버린 야생동물들. 동물원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책.

위의 동물들이 한 페이지에 한 마리 씩 전체 팝업북 형식으로 제작되고 한글, 영어 두 가지로 설명이 되어 있다. 동물이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우리 속에 들어 있어 조금 답답한 느낌인데 그 속에 들어 있는 동물들은 오죽할까 싶다. 속지의 아름다운 디자인이 더욱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안타깝게 느끼도록 한다.

표지에는 동물원에서 야생으로 돌아간 독수리가 한 마리 그려져 있다. 그리고 고깔모양의 동물우리가 보인다. 철망이 아주 촘촘한. 그 곳에서 벗어난 독수리는 지금 자유롭게,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을까? 김정호 수의사는 이야기한다. "몸의 구조가 날게끔 되어 있으니까, 날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야생 동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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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서 태어난 호랑이, 박람이는 동물원에서 죽었습니다.
박람이의 엄마, 아빠도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동물원에서 죽었습니다.
박람이의 새끼도 동물원에서 태어났습니다. 박람이의 새끼 역시 동물원에서 죽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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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너무 좋아한다. 자연에 대한 신비와 경외심을 배우고 느끼기 위해 동물원에 가지 않고도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 책은 직관적이고, 울림이 있으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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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49 @kepler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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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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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순 그림책 l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l 만만한 책방

_
뭐야, 혹시 죽을 날이 가까웠나?
늙은 산양은 깊은 고민에 빠졌어.
‘그래, 현명한 내가 틀린 적이 없지.
난 곧 죽게 될 거야. 하지만 가만히 앉아 죽을 수는 없지.’
_

한 번쯤 지나온 삶에 대해 생각한다면
혹 내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조급한 마음이 든다면.

삶은 그냥 그것이다.

허무한 마음이 들더라도,
멋진 엔딩이 없더라도,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그것.

인생이 오르막길이라도, 혹은 언제 멈출 지 모르는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더라도
누구에게나 끝은 있다.
멈추고 싶지 않더라도 멈추어야 하는 순간, 그 찰나의 순간에 대해 곱씹게 하는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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