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고갯길 권정생 문학 그림책 7
권정생 지음, 이지연 그림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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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몸도 마음도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세지. 우리나라 아동문학에 큰 자취를 남긴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일생을 이충렬 작가의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을 통해 먼저 접했다.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이라 꼭 먼저 보고 싶었다. 작가의 생명이 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한국적인 색채와 작고 여린 것들, 상처받은 존재들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썼던 권정생 선생님과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2013년, 2015년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이지연 작가의 그림이 마치 한 몸처럼 잘 어우러졌다. 표지도 지푸라기 느낌이 나는 한지 느낌의 하드커버로, 그림책의 느낌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도록 세심하게 마무리한 것이 느껴진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 불안한 마음을 천진난만한 소와 생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할머니 소의 대화, 가을의 아름다운 색감을 통해 위로 받는 기분이 들었다. 🍁🍂🌾

종교도 없고 기독교에 대한 지식은 없는데,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에 드러난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신기하게도 전혀 어색함 없이 내 마음에 스며든다. 토속적인 느낌과 세련되고 감각적인 색채, 구도가 글의 느낌을 한층 더 잘 살려주었다. 노오란 들판의 색채가 차갑게 굳은 마음을 풀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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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하지만 난 언제부터인지 둥둥 떠가는 흰구름도 보고 싶고, 먼 산봉우리도 보고 싶고, 자꾸자꾸 한눈을 팔고 싶어졌어요. 수레가 무거우면 그렇고, 일이 고달플 때마다 그랬어요."
꼬마 황소의 말에 할머니 소는 어느새 입술을 실룩실룩, 그만 두 눈자위에 눈물이 삼빡 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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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소도 그랬을것이다. 엉덩이에 회초리를 수차례 맞으며 들국화 고갯길을 오르내렸을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삶, 어린 것을 회초리라도 덜 맞게 이끌어야 하는 할머니 소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도 어쩌면 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을 할머니 소처럼, 현실은 아프지만 마냥 아프지만은 않게 어린 소들에게 감내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겠지. 그러면 언젠가는 시원한 들국화 향을 맡으며 고갯마루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

(이 책은 창비 @changbi.picturebook 에서 책을 무상으로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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